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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기금이 기업 메기 역할 한다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19일 연기금 활용 방안 의지를 본지에 밝혔다. 재벌기업 일각에서 걱정하듯이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정부가 기업 통제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한마디로 기우라는 것이다. 오히려 기업 발전을 돕고 연기금의 고갈 시한을 최대한 늦추는 쌍방 윈-윈 게임으로 정의했다.

정부 발상과 대기업의 우려는 현 단계에서 모두 가능한 생각이다. 변화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국민연금은 특히 그동안 소극적 운용 결과 조만간 고갈 우려가 팽배했었다. 내는 돈은 적은 대신 받아가는 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예금이나 채권, 소액 주식투자 갖고 이를 메우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금 책임자라면 변화 추구가 마땅하다. 2009년 12월 전광우 이사장 취임 후 국민연금은 광폭 변화를 시도, 수익률을 작년 경우 두 자릿수로 올리는 쾌거를 이룩했다.

빌딩 등 부동산과 국외 자원개발 투자까지 과감히 투자 영역을 넓힌 결과다. 리스크 분산을 위해 재벌이나 국영기업 뒤에 2순위 투자를 하거나 자체 보유 투자전문가들을 풀 가동, 10% 내외 안정적 투자에 중점을 둔 것이다. 하지만 이것 갖고는 성에 안 찼다. 주식투자한 기업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부추기고 견제할 주주권 행사 필요성을 느끼고 이를 미래기획위원회 등과 집중 논의했다. 곽 위원장은 이미 1년 전부터 심도 있게 검토하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재계 반응은 연기금을 통한 정부의 기업 간섭을 걱정한다. 특히 총수 지분이 아주 적은 비율로 그룹을 운영하는 처지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한 까닭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이 333조원이나 되는 국내 최대 큰손이다. 산업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이 합쳐봤자 500조원 남짓이다. 5% 이상 지분을 가진 상장기업만 151개에 이른다. 지금까지 조용히 배당만 받아갔으나 주주권 행사를 할 경우 CEO까지 갈아치울 수 있는 위력을 가졌다. 이는 자칫 순간 판단을 요구하는 기업 경영에 암초가 될지 모른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학계, 시민단체는 관치를 불식할 제도적 장치부터 먼저 만들라는 주문이다. 민간인 위주 의결권행사위원회 등을 중립적으로 구성하자는 것이다. 관치 예방이 가능하다면 못할 게 없다. 총수 눈치만 보는 경영인들과 민영화한 공적기업들에게 연기금 주주권 행사는 메기에게 쫓겨다니며 통통히 살찌는 논바닥의 미꾸라지처럼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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