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경제발전 중심지인 동북 3성을 무숙박 일정으로 돌아 22일 밤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에 도착했다. 작년 5월과 8월에 이어 1년 사이 세 번째 방문도 이례적이지만 동선과 일정도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양저우는 김일성 주석이 마지막으로 장쩌민(江澤民) 주석을 찾았던 곳으로, 김 위원장과 장 전 주석의 회동에 이어 조만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과 회담을 가질 경우 어떤 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
한ㆍ중ㆍ일 정상회의 기간 중의 김 위원장 방중은 ‘개혁ㆍ개방을 통한 경제발전 현장학습’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중국 발전 상황을 이해시켜 그들의 발전에 활용할 기회를 주려 초청했다”는 중국 원자바오 총리 설명대로 김 위원장은 창춘에서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인 ‘이치자동차’를 시찰했다. 특히 외자도입 권한을 가진 장성택 당 행정부장 수행과 중국의 장더장 부총리 동행은 북ㆍ중 경제협력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김일성대학에서 공부한 장 부총리는 창춘에서 지린, 투먼을 경제벨트로 잇는 ‘창지투 계획’의 전문가다. 이는 북한의 경제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방증으로, 경협 결과에 따라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는 더욱 심화될 공산이 크다.
‘3대 세습을 위한 정치적 정통성 확보’도 무시하기 어렵다. 김일성의 항일유적지였던 헤이룽장 성 무단장에 들른 뒤 김일성과 장쩌민 주석이 ‘깊은 우정’을 다짐했던 양저우 남행(南行)은 대를 이어 내려오는 중국과의 ‘역사적 동맹관계’를 과시하려는 포석이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3대 세습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정치적 정통성의 확보 노력인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사는 길은 3대 세습 설득과 현장 학습보다 과감한 개혁 개방의 실천뿐이다. 김 위원장은 수년 전 개방의 상징인 상하이를 돌아본 적이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과감히 개방으로 나아가야 고립을 면할 수 있다는 현실을 김 위원장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국제사회는 꾸준히 이를 상기시키고 핵포기 대가가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임을 약속해왔다. 지금도 그 약속은 유효하다. 중국이 세계를 이끌 차세대 G2국가이자 북한의 진정한 동맹국이라면 북한의 진정한 개혁 개방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동북아 안정을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 북한의 핵위협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무력 테러를 계속 용인하는 한 중국 자신의 안보와 경제에도 피해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