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사모펀드(PEF)와 휠라코리아 및 국민연금 등이 합작으로 세계적 기업인 아큐시네트를 인수한 것은 한국 기업사와 금융사에 기록될 만한 쾌거다. 아큐시네트는 세계 골프공과 골프화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브랜드를 보유한 최고 골프용품업체다. 특히 기업 인수 과정에서 치밀한 자금조달 계획과 선진 파이낸싱 기법을 결합시켜 세계 금융시장에 한국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것은 더욱 인상적이다.
이번 인수전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의 기업가정신과 결단력의 승리라 할 수 있다. 지난 연말 ‘타이틀리스트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접한 박 회장은 “글로벌 1등 업체가 매물로 나온 것은 절호의 기회”라며 즉각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세계적 스포츠용품회사들과의 쉽지 않은 경쟁이었으나 휠라코리아의 가세로 승부의 고비를 넘겼다. 특히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을 끌어들이고 산업은행을 참여시키는 등 국내 자금의 완벽한 조달이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앞으로 제2, 3의 이런 순수한 토종 펀드의 해외 진출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론스타 등 해외 사모펀드가 우리 자본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튀는 모습에 더 이상 가슴을 두드리고 있지만은 않게 된 것이다.
윤 회장의 도전적 기업가정신은 대기업에게도 귀감이 될 만하다. 샐러리맨 출신으로 휠라 브랜드를 인수, 신발과 스포츠의류의 세계 진출 길을 트더니 이젠 골프용품 시장에까지 과감히 지평을 넓혔다. 타이틀리스트의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 휠라코리아의 강점인 의류까지 접목하면 세계 초일류 스포츠기업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물론 합작사들과 계속된 연대는 핵심과제다. 골프의 새 시장이 열리고 있는 중국 등을 겨냥하면 두려울 게 없다.
휠라코리아는 재벌이 아닌 중견기업이다. 미래에셋 역시 1등 증권사는 아니다. 하지만 이 두 기업은 새로운 도전을 통해 해당 분야 최고 기업의 반열에 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도전은 이제 국내가 아닌 세계 초일류 지향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타이틀리스트 인수 성공은 그 시작일 뿐이다. 많게는 10조원이 넘는 현금을 쌓아놓고도 도전이 두려워 몸을 사리는 대기업들이 본받아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