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최대 역점 사업 중 하나로 꼽는 것이 각종 규제 철폐다.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전봇대’를 과감하게 뽑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또 양극화를 줄여 성장의 선순환 구조 구축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민간 투자의 활성화와 새로운 시장가치 창출에 규제개혁만 한 처방은 없다. 이 때문에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되고, 기술개발 관련 각종 규제가 완화되는 성과도 얻긴 했다.
하지만 기업 현장은 여전히 규제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표방하지만 각종 인허가는 물론 검사, 결정, 고시, 공고, 훈령, 예규, 조례, 명령 등 끝없는 규제로 기업들은 시작도 하기 전 녹초가 돼버리기 일쑤다. 가령 막걸리 제품 고급화를 위해 과일 맛을 첨가하고 근사한 병에 담는 투자를 하려고 해도 규제의 벽이 먼저 가로막는다. 우선 납품받는 빈병과 마개부터 과세를 하기 때문에 좋은 병을 쓰기가 어렵다. 또 과일 맛이 들어가면 막걸리가 아니라 과일주가 돼 주세가 다섯 배 이상 뛴다. 이런 걸림돌 때문에 고급화를 아예 포기하는 것이다. 주류산업만 해도 제조 면허·원료·생산·유통 등 규제 범벅이라는 게 현장의 하소연이다. 대통령까지 나섰지만 기업 규제의 전봇대는 여전한 것이다.
문제는 숨은 규제였다.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새로 발견된 미등록 규제 수가 무려 7000개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규제개혁을 위해 2008년 각 부처에서 등록받은 5000여개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아직도 얼마나 더 많은 규제가 숨어 있는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등록된 규제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인지 모른다. 규제개혁 행정을 전면 재정비하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 규제완화는 감세보다 더 좋을 수 있다.
무엇보다 공무원들의 규제 만능 정신부터 해체시켜야 한다. 규제는 곧 힘이라는 구시대적 미망에 사로잡혀 규제를 숨기려는 공무원부터 뽑지 않으면 안 된다. 겉으로는 정부가 규제를 정비한다고 야단이지만 실제로 공무원들은 규제의 칼을 즐기고 있었다면 ‘봉숭아학당 정부’가 따로 없다. 이런 공무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규제개혁은 메아리 없는 외침에 불과할 뿐이다. 규제가 곧 부패와 연결된다는 점은 만고의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