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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신비 인하·이통사 지각변동 예고
방통위 내주 발표 ‘휴대폰 블랙리스트’ 제도 미리보니
통신사 안거치고 단말기 구입

원하는 회사 유심끼워 사용

이통사가 단말기 관리안해

분실땐 소비자가 경찰 신고


정액제 풀려 요금인하 기대

단말기값 거품도 꺼질 듯

보조금 축소·시장 투명성 제고


이르면 내년부터 소비자는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휴대폰 제조사에서 직접 단말기를 구입해 가입하고 싶은 통신사의 유심(USIMㆍ범용가입자인증모듈)을 끼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다음주 통신비 인하 대책 방안의 하나로 이런 내용을 담은 ‘단말기 블랙리스트’제도를 발표할 예정이다.

‘단말기 블랙리스트’는 이통사가 도난폰이나 분실된 단말기의 고유식별번호(IMEI)만 관리하는 것이다. 현재는 이동통신사들이 모든 단말기의 고유식별번호를 관리하는 ‘화이트리스트’ 방식을 따르고 있다.

방통위는 블랙리스트제도가 도입되면 이통사가 독점하던 단말기 유통 시장이 경쟁 체제로 전환돼 단말기 가격과 통신 요금이 내려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신사가 지급해온 보조금과 제조사 장려금이 줄어들어 단말기 가격의 거품이 제거되고, 소비자가 단말기 구매 가격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이란 게 방통위의 설명이다.

방통위는 다음주 통신비 인하안이 발표되는 대로 통신3사 및 제조사,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전담반을 구성해 도입에 필요한 세부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전담반에서는 이통사마다 다른 멀티 메시징 서비스(MMS) 규격을 표준화하는 방안 등을 진행한다. 현재 단말기는 이통사에 따라 각기 다른 MMS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같은 단말기에서 이통사만 바꾸면 MMS를 수신하거나 송신할 수 없다.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입해 쓸 수 있는 ‘단말기 블랙리스트’ 도입이 추진됨에 따라 단말기 제조사들의 가전 및 모바일 매장, 그리고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의 IT 매장과 가전 전문대형유통업체 매장의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디지털프라자, 딜라이트샵, 모바일샵 등을, LG전자는 베스트샵, 팬택은 라츠 매장 등을 보유하고 있다.
분실 또는 도난된 단말기를 찾거나 관리하기 어려운 블랙리스트 제도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방통위는 ‘이통사 통합 IMEI 관리센터’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소비자가 관리센터에 자신의 단말기 IMEI를 한 번만 등록하면 이통사가 바뀌어도 관리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분실ㆍ도난되거나 범죄용으로 신고된 단말기가 불법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 공조 네트워크도 구축할 계획이다.

블랙리스트 도입에 대한 제조사와 통신사의 반응은 엇갈린다. 제조사 관계자는 “판매 장려금이나 보조금 등이 줄어들어 유통시장이 보다 투명해지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말기 판매와 개통 권한을 가졌던 이통사 대리점들의 영업은 다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영세한 대리점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당장 10만~20만원 수준의 제조사 장려금이 줄어들면서 가입자 유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때문에 통신사들은 중장기적으로 시간을 두고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현재는 단말의 도난ㆍ분실 발생 시 해당 통신사에만 신고하면 타인의 불법 사용 등 오용을 막을 수 있지만 블랙리스트제가 도입되면 단말 분실 시 개인이 직접 경찰서 등에 신고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고 말했다.

‘디지털플라자’나 ‘베스트샵’ 등 대형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대기업 제조사들에 비해 팬택 등 자체 유통망이 적은 제조사들은 하이마트, 전자랜드와 같은 유통사와 제휴해 휴대폰 판매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 유통채널이 없는 외산 단말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도입은 제법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양판점과의 제휴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요금제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제조사에서 스마트폰을 구입한 뒤 1만2000원의 기본요금(표준요금제 기준)에 가입해 통신사들의 무선데이터 부가요금 상품을 이용하면 정액요금제에 비해 한 달 요금을 반 정도 줄일 수 있다.

지금까지 소비자는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음성, 데이터, 문자가 정해져 있는 기본요금(4만5000~9만9000원)이 비싼 정액요금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가 도입돼도 고가의 스마트폰은 보조금과 약정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통신사를 통해 구입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비싼 스마트폰은 통신사 대리점을 통해 구입하고 저가 단말기는 직접 제조사에서 구입하는 쪽으로 시장이 이원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전체 규모가 줄어 단말기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에서는 블랙리스트 도입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어서 소비자들의 요금 인하 효과를 체감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상현 기자/puqu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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