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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계빚 한국경제 ‘시한폭탄’
갚을능력없는 주택대출 급증

취약층 고금리 카드론 치중


작년 가계부채만 937조

소득대비 부채비율 146%


금융권 회수나설땐 큰 파장

2002년 카드대란 재연우려


가계부채 폭탄의 시계마저 돌아가기 시작했다. 정책 당국자들에겐 ‘재깍재깍’ 소리가 들린다. 한국 경제의 3대 복병 중 저축은행 사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는 이미 터졌다. 하나 남은 ‘가계빚 폭탄’의 뇌관을 잘못 건드렸다간 한국 경제는 2002년 카드대란 시절을 다시 겪게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2010년 말 기준) 가계의 금융부채는 937조3000억원이나 된다. 2009년에 비해 증가폭이 컸다. 엄청난 속도로 늘어난 주택담보대출과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신용대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 역시 지난해 146%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미국 영국 등은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조정이 진행되면서 이 비율이 하락 추세인데, 우리나라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한 계층의 가계대출 규모가 늘어나는 게 더 큰 문제다. 지난해 말 기준 서민금융회사의 가계대출은 6.7% 늘어났다.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5.4%)을 훨씬 앞지르는 수준이다. 금리가 높은 신용카드사의 카드대출(현금서비스+카드론)도 크게 증가해 저신용등급 대출자의 현금서비스 한도소진율이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

주택담보대출도 문제는 심각하다.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납입하는 비율이 78.4%에 달한다. 대부분의 가계가 이자만 내는 데 급급한 상황이란 얘기다. 그러다 보니 저축할 돈이 없다. 90년대 중반만 해도 가계저축률은 20%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2.8%까지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최하위권이다. 금융권에서 일시에 부채상환 압박이 들어오면 엎어질 가계가 대부분이란 얘기다. 유동성을 확보할 능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계대출 종합대책으로 고정금리 대출 유도, 원금 분할상환 방식 확대 등을 고려 중이다. 여기에 가계대출 총량규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망가질 뻔한 경제 시스템은 수출과 정부지출이 떠받쳤다. 여기에 가계가 그나마 빚 내서 소비를 해온 덕에 이 정도로 선방했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부터는 분위기가 다르다. 더 이상 정부지출에 기대긴 어렵다. 수출 역시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긴축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성장의 기여도를 높이 볼 상황이 아니다. 남은 건 내수다. 하지만 임계점에 다다른 가계부채가 부담이다. 가처분소득 감소는 불 보듯한 상황이다.

정부가 마련 중인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정부가 가계대출을 어느 수준에서 규제할 것인지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금융회사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부채를 어떤 식으로 규제할지 몰라 조마조마하다”며 “금융기관은 저신용자들을 중심으로 빌려준 돈 회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칫 잘못했다간 정부의 대책이 가계의 채무부담 증가→가계 건전성 악화→주택매물 증가→자산가치 하락→채무부담 한계 봉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그런 얘기는 시장에서 심심찮게 나온다. 설득력도 얻는 분위기다.

지난 2002~2003년 우리 경제는 카드대란을 통해 가계빚의 무서움을 경험했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신용위축으로 내수시장이 급격히 축소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했다. 내수시장이 회복되는 데에도 상당한 기간이 걸렸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괜찮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잃었다. 극심한 내수침체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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