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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계빚 1000조 육박…문제는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것
저축률 OECD 최하위

보유 금융자산으론

원금상환 능력 떨어져


실물자산 대거 매각땐

부동산시장 악화 ‘악순환’

하반기 경제운용 최대암초


한국은행은 국내 가계신용(가계부채) 잔액이 지난 1분기에 801조4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돌파했다고 최근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가계신용이란 금융회사의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카드 외상구매)을 합한 것이다. 순수한 개인 빚인 셈이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자영업 등 소규모 개인기업, 민간 비영리단체 등의 대출도 더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주택을 담보로 중소기업이 빌린 돈의 상당 부분도 엄밀히 따지면 가계대출 범주에 속한다고 본다.

최근 한은의 가계금융조사를 보면 주택담보대출의 48.8%만이 거주 주택이나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한 자금이라고 대답했다. 주택담보대출의 반 이상이 주택구입 외에 사업자금과 생활비 등 다른 용도로 쓰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사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부채는 937조3000억원에 달한다.

▶부동산담보대출이 중소기업 운영자금?=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취약한 것은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4월 기준) 은행 가계대출의 66.7%는 주택담보대출로, 대출규모가 사상 처음 290조원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저축은행과 신협,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는 추세다.

부동산을 담보로 한 가계대출이 성장하지 않으면 중소기업 대출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의 40%, 개인사업자(SOHO) 대출의 51%가 부동산담보대출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 중소기업 대출의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은 36%로 금융위기 직전(42%)에 비해 6%포인트나 하락했었다. 금융권이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을 줄이고 보증서 대출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은 39.6%로 금융위기 수준을 회복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이전 중소기업 대출 중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이 40%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부동산 담보가치만큼 공급된 상태”라며 “추가적으로 공급이 확대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기업과 개인기업 대출의 상당부분도 집을 담보로 해 이 역시 가계대출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 가계대출은 800조원이 아니라 940조원에 달한다. 사진은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헤럴드경제 DB]
▶돈 갚을 능력 없는 가계
=또 하나 취약점은 저신용 계층과 서민들이 갈수록 부채의 원금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저축을 해놓은 게 있어야 부채상환 압박이 들어왔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가계의 저축률은 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가계저축률은 20%대에 달했다.

저축률이 올라갈 가능성도 거의 없다. 가계의 부양부담을 나타내는 18세 이상 취업자 대비 공적연금 수급자 수의 비율은 2000년 5.2배에서 2009년에는 13.3배로 급증했다. 급격한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가계의 부양부담은 향후 저축여력을 더욱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보유 중인 금융자산으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가계가 금융기관의 원금상환 압력에 직면해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대규모 매각하면서 가뜩이나 좋지 않은 부동산 시장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최대 고민거리다.

실제로 지난해 가계의 평균자산 구성 내역을 보면, 저축을 비롯한 금융자산의 비중은 21.4%에 불과한 반면 유동성 확보 능력이 떨어지는 부동산 비율은 75.6%에 달해 부채부담이 커지면 금융자산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은은 최근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은행들이 부채상환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가계부채의 점진적인 축소조정을 저해해 가계부채 문제가 장기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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