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원 이상의 뭉칫돈을 증권사 랩상품(랩어카운트+자문형랩)에 맡기는 부자들이 1년 새 무려 배 이상 급증했다.
이들은 금융자산만 수백억원을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로 추정된다.
31일 금융감독원은 국내 10대 증권사가 판매한 랩상품에 개인이 50억원 이상을 맡긴 일임계약 건수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총 118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작년 같은 기간의 51건에 비해 무려 131%(67건) 급증한 수치다.
계약금액이 50억∼100억원은 80건이었고, 100억원 이상도 38건이나 됐다.
총 계약금액은 무려 1조3799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7344억원에 비해 88%나 불어났다. 계약 건당 평균 117억원을 맡긴 셈이다.
지난해부터 증권사들은 주가 상승기에 다양한 랩어카운트 상품을 만들어 부자 고객들을 상대로 공격적인 영업을 벌여왔다.
특히 자문형 랩이나 랩어카운트가 일반 공모펀드보다 수수료가 높지만 수익률은 월등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회사별로는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증권사들은 랩어카운트나 자문형 랩의 수수료로 계약금액의 약 2∼3%를 받는다. 일반 공모펀드를 팔았을 때보다 0.5∼0.7% 정도 더 벌 수 있다.
10대 증권사 가운데 삼성ㆍ우리ㆍ대우ㆍ한국ㆍ하나대투증권 등 5개 증권사에 50억원 이상의 부자 고객이 가장 많았다.
자산관리 사업에 집중한 삼성이 29건으로 1위였다. 작년 같은 기간 7건보다 무려 3배 넘게 늘었다. 삼성에 이어 우리(26건), 대우(24건), 한국(14건), 하나대투(10건)의 순이었다.
50억원 이상 슈퍼부자 고객뿐 아니라 1억∼50억원 규모로 계약을 맺은 고객도 대폭 늘어나면서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도 크게 늘었다.
작년 3월 말 10대 증권사가 개인 고객에게서 거둬들인 랩 수수료 수익은 311억원이었지만, 올해 3월 말에는 1438억원으로 4배가량 급증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