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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용동 대기자의 부동산 프리즘>감정평가制 개혁, 신뢰·투명성 제고 우선
용역의뢰인 중심 감정평가

가격담합·부실고시로 연결

고무줄 보상평가 국고 축내

집·땅값 조사관행도 개선을




부동산 감정평가는 시장의 투명성과 건전성, 신뢰 확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잣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유착 비리가 생겨나면 부실ㆍ과대평가로 이어지고 가격신뢰도가 무너진다. 이는 과세 등 공적 기능 약화와 전반적인 시장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또 주변 부동산 가격상승을 초래, 국민경제 전반에 악순환을 초래함은 물론이다.

2000년대 들어 혁신도시 등 각종 공공사업이 급증하면서 감정평가제도가 각종 부동산 관련 부패사건의 핵심적 수단으로 이용되거나 부패 조장 사례가 빈번하다. 연 6000억원대 평가시장에 용역의뢰인 중심의 감정평가, 평가가격 담합, 부실가격고시 등이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고무줄 보상평가는 국고 축내기로 이어진다. 국가권익위에 따르면 토지소유자 추천평가업자 평가액이 감정원이나 시행자 추천업자보다 평균 5~6% 정도 높게 평가, 한 해 7000억원 규모의 예산이 과다지출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평가업자 선정 및 심사제도의 구조적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과세의 기준이 되는 주택 공시가와 공시지가 평가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토지는 지난 90년, 주택은 2005년부터 민간 평가법인에 위임, 매년 1500억원대의 예산을 투입해 반복적으로 가격을 조사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표준지, 표준주택 공시가격 평가정보가 매년 집적돼 복수 조사나 평가가 불필요함에도 복수평가제를 유지, 연간 530억원이 넘는 예산이 누수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단독주택 조사비용(호당 1만1271원)이 공동주택(1361원)에 비해 무려 8배에 이른다. 단독주택 422만가구의 가격평가에 연간 476억원의 예산이 꼬박꼬박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매년 반복적으로 민간평가업체가 집값, 땅값을 조사하는 국가는 없다. 미국 캐나다는 부정기적, 영국은 주거용은 부정기적, 비주거용은 5년마다 실시하는 정도다. 비효율적으로 책정된 정부의 집, 땅값 조사예산이 주먹구구식으로 집행되는 구조적 낭비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 등의 감정평가제도 개선 권고에도 나 몰라라 하던 정부가 올 들어 부동산 감정평가시장의 투명성 제고에 나섰다. 국토해양부는 공공과 민간의 역할분담을 통한 평가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 제고, 표준지와 주택가격평가 관련 부대업무 개선을 주 내용으로 한 부동산가격공시법 개정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했다. 한국감정원을 확대개편해 한국감정평가원으로 공기업화하고 보상평가기준과 가격조사통계관리 등 공적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를 놓고 정부와 감정원, 평가협회를 주축으로 한 민간 평가업계 간의 반목이 극심, 귀추가 주목된다. 12개 평가법인을 주축으로 한 민간업계는 정부업무 위탁 회수로 인한 영업축소와 공적기관인 한국감정원의 지도감독을 이유로 법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여기에 정치권 로비로 번지면서 오리무중에 빠져들고 있다.

이번 개혁이 업계의 자율권과 영업권 침해는 물론 민간 담보와 일반거래시장에 장애물이 돼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국민의 재산인 부동산의 공적 평가업무시스템 개선은 절대 필요하다. 영국 독일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등이 중앙이나 지방, 공공기관으로 공적 평가업무기관인 평가청 등을 두고 있는 것도 공적 평가업무를 민간 담보, 일반거래와는 철저하게 구분하기 위함이다. 민간업계의 건전한 발전은 유도하되 부실평가 방지와 공정경쟁 촉진을 통한 시장질서 확립, 예산누수 방지, 부동산가격 신뢰 제고 등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

장용동기자/ ch10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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