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점포전략 이제 그만…똑똑한 매장 키워 승부수
맥도날드 배달서비스·24시간 영업피자헛 다양한 메뉴로 차별화 시도
시장포화속 무리한 출점 자제
매장 고급화·효율성 전략 추구
외식업계에서 선두업체와 영토 싸움을 벌여온 2위 업체들이 다점포 전략을 한 수 접고 점포별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급선회하고 있다. 1라운드가 문어발 확장 전략에 의한 난타전이었다면 2라운드는 맷집을 키운 2등 업체의 ‘일당백’ 점포들과 1등 업체 간의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 될 전망이다.
▶점포 수는 단지 숫자일 뿐이다=피자헛은 최근 2년 사이 미스터피자의 공격적인 출점 전략에 밀려 피자 시장의 왕좌를 내주고 2위로 물러섰다. 올해 310개 안팎의 매장 숫자를 유지하고 있는 피자헛은 340여개 매장의 도미노피자와도 엎치락뒤치락하며 매장 수 기준 2위의 자리를 지키는 것조차 불안한 상황이다.
하지만 피자헛은 매장 수 늘리는 데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가격대의 메뉴로 고객층을 넓히겠다는 입장이다. 6000원으로 피자를 먹을 수 있는 ‘스마트런치’나 1만5900원 선의 피자인 ‘더스페셜’ 등으로 메뉴를 다양하게 구성한 것이 이 같은 전략의 산물이다.
롯데리아에 이어 패스트푸드 2위 기업인 맥도날드 역시 다점포 출점보다 24시간 영업과 배달, 아침메뉴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갖춰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맥도날드는 24시간 영업이나 배달과 같은 서비스를 직영이건 프랜차이즈건 매장 운영 방식에 상관없이 적용하며 ‘맥도날드식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파리바게뜨와 치열한 점포 수 경쟁을 벌였던 NO.2 뚜레쥬르도 지난해 브랜드 이미지(BI)를 변경한 뒤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특히 올해부턴 다점포 출점 대신 소수 정예의 고급화 전략을 강조하기로 했다. 지난해 100여개의 점포를 새로 연 뚜레쥬르는 올해 강남점, 신사점 등 전략적 상권에만 소수의 직영점을 출점해 1370개 내외의 점포 수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뚜레쥬르의 새로운 승부수는 매장 이미지를 고급화하고 ‘건강한 홈메이드 베이커리’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문어발식 점포 확장 경쟁에서 뒤쳐진 외식업계 2위 업체들은 무리한 출점을 자제하고 점포의 슬림화 고급화를 통한 성장 플랫폼을 설계하고 있다. 사진은 뚜레쥬르의 ‘건강 빵으로 여는 아침 캠페인’. |
▶똘똘한 점포 하나 열 점포 안 부럽다=외식업계 NO.2가 거침없는 몸집 불리기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 이유는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에서 무리한 출점을 강행하기보다 점포당 영업효율성을 극대화해 매출을 끌어올리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뚜레쥬르의 한 관계자는 “한 브랜드의 베이커리 매장 수가 2000여개에 달했다는 건 사실상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반증”이라며 “이 같은 상태에서 출점을 강행하면 결국 같은 상권에 동일한 브랜드 매장이 겹치는 출혈경쟁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피자헛 관계자도 “피자는 배달 등 다양한 형태의 수요가 있는데 무작정 매장을 내면 과도한 부담이 점주들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매장을 무분별하게 늘리기보다 매장의 효율이나 매출을 높이는 쪽으로 성장 플랫폼을 다시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NO.2의 도전은 일단 합격점이다. 뚜레쥬르는 고급스런 인테리어를 도입하고 유럽형 건강빵을 선보인 서현점 등의 매장에서 평균 30%의 매출 신장을 확인했다. 피자헛이 가격대 다양화 전략을 위해 내놓은 ‘더스페셜’은 지난 4월까지 400만판 넘게 팔렸고, ‘스마트런치’는 출시 이후 30%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