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과 재일교포 3세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부산 인근에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 합작사를 설립, 오는 10월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세계 IT업계 거목이자 일본 재계 서열 3위인 손 회장의 한국 투자 결단이 반갑다. 일본 기업의 데이터 서버 및 백업 시스템을 지원하는 첫 클라우드 컴퓨팅 합작은 국내 IT산업의 글로벌화, 한ㆍ일 경제협력의 새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이번 합작의 가장 큰 수확은 IT는 내수산업이라는 통념을 깼다는 점이다. 유ㆍ무선 전화, 초고속 인터넷 등 우물 안 개구리 식 경영에서 탈피, 해외 기업의 서버 장비 관리ㆍ백업 및 재해복구 서비스 등으로 IT 분야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일본 기업 상대의 첫 유치 설명회에 무려 2500명이 몰린 것은 합작 4년 내 1500억원 매출 목표에다 글로벌 허브로 도약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중국 대만 등 아시아는 물론 유럽 및 미국 기업도 유치 전망이 클 것이다.
한ㆍ일 경협 확대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동일본 대지진 등으로 전산센터 파괴 및 전력난에 허덕이는 일본 기업의 각종 데이터를 싸고 안전하게 저장해주고 우리가 연간 350억달러만큼 대일 무역역조를 개선할 수 있다면 양국이 윈윈하는 것이다. 수입선 다변화의 한계를 서비스, 관광수지 등으로 풀어가자면 이 돈도 적은 게 아니다. 앞으로 더욱 데이터베이스의 한국 이전을 희망하는 일본 기업과 수출 및 합작 확대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KT와 소프트뱅크의 클라우드 컴퓨팅 합작이 성공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 보안 문제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손 회장의 공익적 가치경영도 함께 도입했으면 한다. 그는 잘 알려진 대로 대지진 직후 100억엔(1300억원)과 소프트뱅크 은퇴 때까지 대표이사 연봉 1억8000만엔을 쾌척한 통 큰 기부자다. 이번 합작도 ‘라이프 라인(life lineㆍ생명줄)을 제공하는 공익적인 일’로 규정, “국경을 넘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데 진정으로 돕고 싶다”는 취지라고 했다. 쥐꼬리 기부에, 그나마 기업 돈으로 생색 내기 바쁜 국내 재벌과 총수들이 반성할 대목이다. 최근 급속히 확산되는 반(反)기업정서 차단을 위해서도 손 회장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도입은 지극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