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날을 맞은 31일 해운산업계는 총체적 우울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 업계 4위의 대한해운과 중견업체 삼호해운이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업계 빅3인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은 올 1분기 모두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구조적인 경쟁력 약화에다 고유가 바람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t당 460달러이던 선박용 벙커C유 평균가격이 지난 1분기에는 60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바람에 매출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에서 많게는 28%까지 훌쩍 뛰었다. 게다가 아덴만을 경유하는 선박들은 선내 시타텔(선원 긴급대피처) 설치 등 피랍방지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반면 선박 공급 과잉과 세계 교역 둔화로 떨어진 운임은 회복이 더디다. 한숨이 나올 만하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해운업의 경쟁력이 만성적으로 떨어져왔다는 사실이다. 지난 10년간 덴마크 등 외국의 경쟁선사들은 선박 수와 적재량을 늘리고 주요 항로에 신규 대형 선박을 투입했지만 국내 선사들은 이를 따르지 못했다. 그 결과 지난 2001년 덴마크 일본 대만에 이어 세계 4위의 한국 선박적재능력은 현재 중국 독일 싱가포르에도 밀려 9위에 불과하다. 이런 상태로는 해운 시황이 회복돼도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무엇보다 선박금융 활성화가 시급하다.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선박금융 지원 방안을 적극 마련, 자국 해운사와 조선업체를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가령 중국은 자국에서 건조하는 외국 선주들에게 선가의 80%를 지원하고 있으며,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한 선박으로 자국 화물을 수송하는 ‘국수국조(國輸國造)’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반면 우리 해운업계는 선박 담보의 일반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과 지원이 고작이다. 일부 쥐꼬리 정부 지원이 있다 해도 업황이 나빠져 선박의 담보가치가 떨어지면 그나마 중단되기 일쑤다.
그런데다 불황 해운업계에마저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횡행한다. 선주보험조합에 연봉 2억원짜리 부회장직을 신설, 국토해양부 산하 기관장을 앉힌 것이다. 이미 한ㆍ중 간을 운항하는 민간 카페리 회사 몇몇 대표를 국토부 출신 인사들로 메운 상황에서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이다. 조선업의 성업에도 불구하고 해운업이 죽을 쑤는 이유가 꼭 그것만인지도 아리송하다. 수출 물량이 계속 증가한다면 해운업도 번창하는 게 상식 아닌가. 현재 경영진이나 대주주가 잘하고 있는지도 엄밀히 따져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