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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축銀 사태 책임론…靑-민주 사활건 ‘진흙탕’ 난타전
청와대 “前정권의 성공한 로비”

카르텔 몸통 호남인사 불구

야권서 물타기식 의혹 제기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청와대가 민주당을 정조준했다.

당과 당 간의 정치공방은 여의도 정치의 일상사지만 청와대가 특정 야당을 겨냥해 로비 의혹 폭로전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청와대가 여당이라는 ‘범퍼’를 거치지 않고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저축은행 사태가 특정인물의 비리를 넘어 정권 대 정권 차원의 도덕성과 책임공방으로 번져 더이상 사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저축은행 사태를 물타기하려는 청와대의 음모라는 민주당의 공세에 대해 청와대는 역음모론을 적극 제기했다.

사태의 책임자인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이 특정 학맥(광주일고) 출신임에도, 민주당이 정략적 계산으로 현 정권 인사의 이름을 근거 없이 ‘비리 리스트’로 쏟아내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기본 인식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전말에 대해 ‘성공한 로비와 실패한 로비론’을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1일 “2000년 초기부터 지금까지 저축은행이 커온 것을 보면 부실의 카르텔에 의해 일정부분 (당시 정권의 비호 내지 무관심 속에) 성공한 로비라고 생각한다”면서 “현 정부 들어 저축은행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보면 최근의 저축은행 로비 시도는 ‘실패한 로비’ 이렇게 구별이 된다”고 말했다.

현 정부 아래서 실패한 로비가 빙산의 일각으로 수면 위에 떠올랐지만 저축은행 부실의 실체는 오히려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거대한 부실의 카르텔이며, 이 카르텔의 몸통은 지난 정권의 지역적 기반인 호남에 기반한다는 설명이다.

야당과 정치권 일각에서 이번 사태를 전 정권의 책임으로 떠넘겨 정국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현 정부의 정치 술수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일축했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 정부가 지금 저축은행 부실에 칼을 댄 것은 정무적으로만 판단할 경우 정권에 유리할 게 없다”면서도 “사태를 방치할 경우 다음 정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 핵심이란 분들이 정치적 이익만을 위해 국민을 혼란케 하는 근거 없는 의혹만 제기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저축은행 국조를 받아들이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여권 관계자들이 전했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corp.com

민주당 “지지층 결집용 포석”

현정권 인사 개입 속속 사실로

부산민심 되돌리기 술수 다분

민주당이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와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배경에는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이번 사태 책임을 전 정권으로 돌리는 한편, 편 가르기를 통한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의혹이 깔려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축은행 부실을 알고도 은폐했던 청와대가 현 정권 인사들의 개입 비리가 속속 드러남에도, 과거 정권에 책임을 전가하며 오히려 특정 지역 출신들이 저축은행 사태의 핵심이라고 흘린다는 것이다.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 핵심 인사들이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전 정권 책임으로 돌리려 한다”며 “저축은행의 시작은 조선총독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지금의 부실 등 책임을 그때 당시에 물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지금 검찰 수사를 받고 잡혀들어간 사람은 다 현 정권 사람들 아니냐”며 “청와대가 비겁하게 나오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전날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도 청와대에서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이 호남 출신이고 부산저축은행의 PF대출에 민주당 의원들이 개입됐다고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특정 호남 지역의 고등학교 인맥은 별거 없으며 민주당 의원들이 개입한 것 없다”며 적극 해명했다.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며 “부산저축은행보다 (청와대 인사가 개입된) 삼화저축은행이 (비리의) 더 큰 몸통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강하게 맞불을 놓으며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의혹을 쏟아내는 데는 청와대가 들끓는 부산 지역 민심을 돌리려는 정치적 술수가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과 함께 이번에 밀리면 어렵게 회복하고 있는 당의 지지도를 다시 깎아 먹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민주당은 대검 중수부 폐지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강력한 수사 의지를 보였던 검찰의 태도 변화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청와대가 ‘전 정권의 성공한 로비’로 저축은행 사태를 규정,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이 같은 부분을 청와대와 조율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boh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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