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막대한 자금을 들여 설비를 갖췄는데 이제와서 사업을 접으라는 것입니까. 막걸리 세계화가 시급한데 오히려 발목을 잡으려 하니 걱정입니다.” (대기업 C사 임원)
막걸리의 중소기업 적합 업종를 둘러싸고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막걸리를 하루빨리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선정해 자금과 조직을 앞세운 대기업의 공세로 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경기도 인근에 위치한 A막걸리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한 대기업이 식당과 대형마트를 순회하며 판촉물 행사를 벌인 뒤 매출이 곤두박질친 적이 있다”며 “막걸리를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보호하지 않을 경우 수십년간 막걸리 사업을 가업으로 삼아온 중소업체들이 대부분 대기업의 OEM 납품업체로 전락하거나 경영난에 밀려 문을 닫는 불행한 사태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A사처럼 막걸리를 판매하는 중소업체는 전국에 걸쳐 줄잡아 800여곳. 연매출 1억원을 밑도는 경우가 절반을 웃돌 정도다. 대기업이 싹쓸이 판촉에 나설 경우 줄도산이 불을 보듯 뻔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막걸리의 중소기업 적합 업정 신청에 대해 대기업들은 격하게 반발한다. 그동안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생산시설을 설치했는데 이제와서 발을 빼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논리다.
이들은 또 “와인을 글로벌 술로 키운 프랑스나 사케로 유명한 일본 등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조화를 이루며 세계적인 술로 발전시켰다”고 주장하면서 막걸리가 세계화되려면 품질 고급화 안전화, 유통 글로벌화 등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막걸리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은 오리온과 진로, 보해 등 4~5개사에 달한다. 보해의 한 임원은 “그동안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며 고유업종을 지정 운영했지만 오히려 경쟁력은 후퇴하고 중소기업은 몰락하는 폐해를 낳았다”며 ”이번 막걸리의 중소기업 고유업종화가 비슷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이다”는 말로 우려감을 표시했다.
최남주ㆍ정태일 기자/calltax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