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무보트 한 척으로 거대한 고래잡이 배와 대치하는 공격적 모습이 상징적인 그린피스가 한국에 상륙한다. 이르면 이달 중 한국 지부(Greenpeace Korea) 설립을 위한 절차 밟기에 들어간다고 그린피스 측이 밝힌 것이다. 핵심 활동분야가 원자력발전 부문이라 정부·산업계와의 상당한 마찰도 예상된다. 하지만 그린피스는 세계 40개국에서 활동하는 최대 국제환경단체로 지구 건강 지키기에 일조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의 우리 역할과 비중을 고려하면 한국에서도 그린피스가 활동을 할 때가 됐다. 자연스럽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실제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덮어놓고 반대만 하지 않는 투명하고 합리적 시민운동의 본보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시민운동은 정치 지향적이고, 회계 처리 등 재정 운용은 불투명했다. 실제 모 환경단체 대표는 기업이 낸 후원금을 사무실 임대보증금으로 전용한 사실이 적발되어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반면 그린피스 등은 활동 경비를 회원 회비로 충당, 정치와 재정적으로 독립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시민단체들이 새겨들을 대목이다. 특히 정부보조금을 받아 쓰는 시민단체의 경우 더 투명해야 한다.
환경운동 전개방식도 많은 변화가 기대된다. 그린피스는 철저한 전문가 조사와 합리성을 바탕으로 활동한다는 게 원칙이다. 그들이 한국에서 활동하더라도 4대강 문제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은 이런 원칙 때문이다. 또 무조건 시위부터 벌이기보다는 정부와 관계기관 등을 먼저 설득하며, 행동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방침도 합리적이다. 반면 우리의 환경운동은 천성산 도롱뇽 파동과 사패산 사건에서 보듯 과학적 근거도 없이 무작정 반대만 하다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초래했다. 4대강 사업의 무조건 반대는 합리성과 타당성보다는 정치 논리를 앞세운 우리 환경운동의 현주소다. 그린피스 한국 활동은 순수한 환경운동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최근 독일 정부가 2022년까지 원자력발전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 국제적 파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다. 우리의 원전은 안전성과 가격경쟁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물론 그린피스가 주목하는 것은 이 부분이다. 오히려 우리 원전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그들에게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 그만큼 원전 건설이 안전에 안전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