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자주 사용하면 뇌종양 발병 위험이 커진다고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공식 경고했다. 특히 청소년 피해가 심하다는 것이다. 현대 문명의 총아로 전 세계 50억명이 사용하는 휴대폰이 살충제, 납, 엔진 배기가스 등과 똑같은 발암 가능물질이라니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IARC는 14개국 전문가 연구 결과를 토대로 “10년 동안 매일 30분 이상 휴대폰 사용자의 뇌종양 발병률이 40% 높다”고 설명했다. 5세 이하 어린이의 전자파 흡수율이 성인의 1.4배에 이른다는 국내 연구 결과와 청소년 피해가 크다는 IARC 경고가 사실이라면 당장 초중고생들까지 휴대폰 지참을 자제시켜야 옳다. 한국은 월평균 휴대폰 사용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길고, 상대적으로 전자파가 강한 스마트폰 보급대수가 1000만대 이상이다.
정부는 과거 발암물질의 유해성을 인정, 각종 규제에 나서기까지 장기간 걸렸음을 상기해야 한다. ‘소리 없는 살인자’인 석면만 해도 세계 각국은 1980년대 초부터 사용을 금지했지만 우리나라는 겨우 2009년 모든 종류의 석면 사용을 막았다. 담배 또한 수십년 전부터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이 드러났어도 한국은 1970년 중반 그것도 WHO 권고의 경고문 부착이 고작이다. 그동안 이로 인한 암 발병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정부와 제조업체들은 과학적으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해서 방관해서는 안 된다. CNN은 3일 LG전자, 팬택, 삼성전자 휴대폰의 전자파 인체흡수율(SAR)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보도했지만 안심할 수 없다. 국내 판매 제품 포장에 SAR 수치 및 경고문구 표시를 의무화, 전자파 유해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전자파에 취약한데도 오히려 중독 현상이 많은 청소년들에게는 휴대폰 광고 규제, 일정 장소 사용 금지 등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 성인들도 스스로 전자파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장시간 통화 자제 등 올바른 휴대폰 사용법을 숙지해야 할 것이다.
제조업체가 IARC 경고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건 소비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 국민 불안을 씻어주기 바란다. 정부 또한 휴대폰 말고도 중계기 송신탑 등의 전자파에 대해서도 안전성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