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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완式 현란화법, 아는 만큼 들린다
까다로운 국정현안 질문엔

레오니다스·수학 함수 등

다양한 분야 인용 눈길



“대학교 ‘반값 등록금’ 문제의 해법이 무엇입니까?”

“그 문제는 다차원의 동태적 최적화 목적 함수를 푸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라 생각됩니다. 연립 미분방정식을 푸는 과정으로 여러 가지 함수를 최적화하는 것입니다.”

학자와 관료, 정치인을 넘나드는 박재완 장관이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기자회견장에서 보인 화법이 화제다.

까다로운 질문은 현란한 수사를 통해 피해 가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신화와 영화를 예로 들며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취임식과 기자간담회에서 “위기 국면을 지나면서 성장과 분배 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서민 살림살이는 더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높아 명과 실이 부합하지 않고 있다”며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물가 안정과 일자리 창출 ▷대내외 충격에 대비한 경제 체질 강화 ▷부문별 격차 완화 ▷미래 성장동력 확충 및 성장잠재력 제고 등 네 가지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우선 “서민 생활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물가 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물가 상승 압력에 맞서 시장 친화적이고 창의적인 대안을 고민하고 담합 등 불공정행위 시정, 유통구조 개선 등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재정건전성 회복과 관련해서도 재미있는 비유가 나왔다. 그는 취임사에서 “우후죽순의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 레오니다스가 이끌던 300명의 최정예 전사처럼 테르모필레 협곡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며 당장 편한 길보다는 미래 세대를 위해 가시밭길을 선택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예민할 수도 있는 부문별 격차 완화에 대해선 학자적인 원론적 답변으로 대신했다. 그는 “글로벌 경쟁의 중심축이 개별 기업에서 기업 생태계로 바뀌고 있으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이 선택이 아니라 서로의 생존에 불가피한 필수 전략”이라며 “진정성에서 우러나는 ‘높은 길(high road)’에 입각해 자율적인 상생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동반 성장과 관련한 세제는 “당근과 채찍 측면에서 동반 성장을 잘하는 쪽은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반대는 제재하는 등의 방안을 당정협의 등을 거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 성장동력 확충과 관련해서는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패러다임은 한계에 이르렀다. 성장 구조의 DNA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업 선진화에 대해 “수출과 내수의 균형 발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더는 지체할 수 없는 만큼 의료ㆍ교육ㆍ관광산업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박지웅ㆍ조현숙 기자goa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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