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법개혁특위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합의는 국민 여론과 상반된다고 본다. 여야가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은 검찰 수사권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 모색이지 즉각적인 중수부 폐지는 아니라는 뜻이다. 중수부 존폐는 사법제도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정치적·경제사회적 요소들을 함께 내포하는 매우 중요하고 복합적인 성격과 구조를 안고 있다. 중요한 국가제도의 핵심구조를 어느 정파나 계층 또는 특정 이해그룹의 영향력에 따라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검찰권 행사는 어떤 경우에도 공동선과 공익을 위해서만 쓰여야 한다. 반드시 헌법과 법률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경제적 이해나 사회적 영향력 등 법이 정하지 않은 기준을 추종하는 검찰권은 결코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것이 민주사회의 기본 원칙이다. 이 자명한 원칙이 자주 퇴색하는 것은 검찰권과 권력의 유착 때문이다. 검찰권이 법보다 권력에 가까우면 정치적 중립은 고사하고 국가와 공공의 이익을 옹호할 수 없는 것이다.
대검 중수부의 문제는 결국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을 어떻게 유지하고 확보하느냐가 문제일 뿐 제도의 존재 이유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문제된 저축은행 사태처럼 초대형 부정과 권력형 비리 사건은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검 중수부의 특수 기능은 오히려 그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으로, 없애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더욱이 저축은행 사건 파장이 경영부실과 비리의 차원을 넘어 전방위 로비와 정·관계를 망라한 초대형 권력형 비리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갑자기 국회가 중수부 폐지를 들고 나온 것은 아무리 선의로 해석해도 저의가 의심된다.
저축은행 사건은 수사권 남용보다는 되레 수사권 제약을 걱정할 사안이다. 때문에 검찰은 이번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더욱 철저한 수사로 추호의 성역도 남기지 말고 완벽하게 전모를 밝혀 대검 중수부의 존재 이유를 국민 앞에 입증해야 한다. 그것만이 대형 비리와 불법으로 피해 입은 수많은 서민들의 고통과 눈물을 일부라도 위로하는 길이다. 여야 정치권은 또 한창 저축은행 사건을 수사 중인 중수부 폐지 거론이 얼마나 국민들에게 모욕감을 주는지 성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