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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백억 들이고도…’노는 아파트 커뮤니티시설 수두룩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 1ㆍ2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반포 리체’. 총 1119 가구가 지난해 10월 집들이를 시작했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커뮤니티센터는 아직도 ‘공사중’ 이다.

이 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주부 김 모(43)씨는 “새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휘트니스센터, 사우나 등 단지 내에서 커뮤니티시설을 편리하게 쓸 수 있을 거 같아 기대했지만, 수 개월째 이용은 커녕 공사 소음에 불편만 겪고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조합이 단지 시공사인 대림산업과 삼성건설과는 별도 업체를 선정하면서 뒷말도 무성하다. 이에 대해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해당 시설 공사를 맡았던 시공사가 부도 나면서 일정이 늦춰졌다”며 “하반기께는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찜질방, 게스트하우스, GX, 수영장에서 도서관에 이르기까지 단지 내 ‘원스톱 라이프’를 가능케하는 고급 커뮤니티시설은 분양 판촉차원을 넘어 명품 아파트를 가늠하는 ‘척도’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수십~수백억원을 들여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을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미분양ㆍ미입주, 입주민 간 이견차 등으로 제 구실을 못하고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원건설이 지은 충북 청원 ‘오송 힐데스하임(402가구)’은 올초까지 커뮤니티 시설이 ‘올스톱’ 상태였다. 빈집(입주율 40%)이 많아 이용자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충남 ‘계룡 더 샵(987가구)’ 도 입주 후 많게는 1년 가까이 해당 시설을 놀린 사례다.

심지어 오픈 1~2년만에 다시 문을 닫는 단지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입주 초기에는 시공사가 서비스차원에서 운영을 대신 해주지만, 입주민대표회의에게 운영권이 넘어간 이후 비용 부담의 형평성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이 증폭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시설 운영대행 업체 한 관계자는 “가족 구성원 수, 생활패턴에 따라 이용 횟수 등이 현저히 차이가 나는데 일괄적인 비용 부담은 부당하다는 불만을 제기하는 주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커뮤니티센터 조성비용이 고스란히 분양가에 반영된다는 데 있다. 시설 공사비는 단지 규모, 마감 수준별로 차이가 있지만, 통상 3.3㎡당 400만~50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 청약을 마친 수도권 A단지의 경우, 약 9000㎡(연면적)규모 커뮤니티시설 조성비만 150억원이 넘게 책정됐다. 계약자 입장에서는 비싼 아파트 매입비용으로 커뮤니티 시설비를 지불하고도, 제대로 이용조차 못할 가능성이 높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아파트 차별화를 위해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시설을 강화하고 있지만, 운영시스템 등은 안정적으로 정착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수영장 등은 운영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입주민 간 분쟁이 끊이지 않아 ‘개점휴업’ 상태인 단지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김민현 기자@kies00>
ki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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