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우리금융 합병 제동
産銀 외 인수후보군도 부재
정부의 ‘메가뱅크(초대형 은행)’ 구상이 갈수록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금융권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산은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합병안에 제동이 걸리면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계속해서 “산은금융 말고도 우리금융 매각 입찰에 참여할 유력 후보가 있다”며 ‘초대형 관치금융’이란 비판의 예봉을 피하려 하지만, ‘산은 이외 대안이 무엇이냐’는 의구심을 불식시키진 못하고 있다. ‘일괄매각+최소입찰 30%’로 강화된 우리금융 매각 조건을 충족할 극소수 인수후보군의 면면으로는 우리금융을 인수해 경쟁력을 유지할 후보자는 산은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을 인수할 극소수 후보군이란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정도. 이 중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론스타와 계약연장에 사실상 합의한 상태이고, 신한금융은 공식ㆍ비공식적으로 ‘우리금융 인수 불가’ 입장이다.
어윤대 회장 취임 이후 우리금융 인수를 검토해온 KB금융이 그나마 “고민 중”이라는 말로 여지를 남겨두고 있지만 향후 경쟁력이란 측면에선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산은금융 이외의 후보군이 우리금융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금융과 합쳐봐야 시너지 효과가 의심된다는 결론에 따른 것이다. 현재 국내 예금은행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722조원으로 10년 전에 비해 2.3배 성장했지만, 이익구조를 보면 여전히 가계대출 등 소비자금융을 통한 이자수익 의존도가 높다.
KB금융이나 신한금융은 이런 수익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을 모색 중이다. KB금융은 대형 증권회사, 신한금융은 보험회사를 더 키울 매물만 손꼽아 기다리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을 분리매각해 우리투자증권이 단독 매물로 나온다면 KB금융이 기를 쓰고 인수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독자생존을 해보려는 우리금융 입장에선 지금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저축은행 사태와 가계부채 문제가 극도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우리금융 매각에 금융권이 매몰되는 상황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결국 입찰 이후의 진행상황이 더 궁금해지고 있다.
신창훈ㆍ윤정현 기자/chun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