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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수부 존폐 논란...수사권, 거부권, 입법권 앞세운 다차원 방정식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가 최근 발표한 사법개혁안의 핵심 조항인 중수부 폐지 문제를 놓고, ‘삼권(입법ㆍ행정ㆍ사법) 삼색’의 다차원 방정식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검찰과 청와대, 국회는 각각 서민의 희망, 거악 제거, 검찰 개혁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유리한 여론 지형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속내에는 더 복잡한 배경과 셈법이 깔려 있다. 특히 총선-대선으로 연결되는 정치시즌을 앞두고 ’검찰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檢 “조직 사활의 문제” = 검찰은 중수부의 수사기능이 폐지될 경우, 검찰 조직이 밑바닥부터 흔들릴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 6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직접 발표한 자리에서 “상륙작전 중 사령부를 해체하냐” 며 원고에도 없는 돌출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수사로 말하겠다”는 짧은 말로 사실상 정치권에 대해 선전포고도 했다.

’정치 검찰’이 도마위에 올라 중수부 폐지가 논의될때마다 검찰은 권력을 견제하는 최전선이 무너질 경우 검찰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펴왔다. 지난 2004년 중수부 폐지 논의때도 송광수 당시 총장은 “만일 중수부 수사가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된다면 제가 먼저 목을 치겠다” 며 중수부 폐지안에 강력 반발했었다.

▶ 靑 “당장은 중수부가 필요하다” = 중수부 수사권 폐지에 대해 당초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청와대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검찰의 손을 들어준 것은 최근 청와대가 즐겨 사용한 ‘여론 정치’의 또 다른 버전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최근 국회가 추진한 정치자금법 개정안(단체와 관련된 자금 기부 허용)과 공직선거법 개정안(당선 무효 요건을 300만원 이상 벌금형으로 완화) 등에 대해 돈쓰는 선거로의 회귀, 국회 이기주의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고 여론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 여론이 크게 반대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에 대해 좌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중수부 폐지 등으로 임기 후반 검찰과 필요 이상의 갈등을 불러 일으킬 경우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축은행 수사의 초점이 어디로 향할지 아직 모르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언제까지 중수부 존치의 상황 논리를 펼지는 미지수다.

▶강경한 야당, 신중한 여당 = 야당의 몸이 달아 있다. 중수부 폐지안이 사개특위에서 합의를 이뤘지만, 여당 지도부가 청와대의 반대의견이 나온 이후 “(중수부 폐지가) 당론이 아니다”는 원칙적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당이 당론 수렴을 이유로 시간을 지체할 경우 관련 법안의 6월 국회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럴 경우 민주당은 장기 정치과제였던 검찰개혁의 좌절과 함께 차기 대선과정에서 검찰의 중립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때 검찰이 BBK수사를 정치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의 입장은 복잡하다. 사개특위에서 민주당과의 합의를 깨고 검찰의 손을 들어줄 경우에는 개혁성 후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청와대와 검찰에 각을 세우면서 중수부 폐지에 앞장설 경우에 얻는 것 보다는 잃는게 많을 수 있다는 현실론이 작용하고 있는 듯 하다. 거대여당이 숨고르기에 들어갈 경우 중수부 수사권 폐지는 사실상 18대 국회에서 물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양춘병ㆍ조동석 기자@madamr123>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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