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하반기 저축은행 2차 구조조정을 앞두고 저축은행의 건전성 보완과 강화에 나섰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사준 저축은행 부실채권 만기를 연장해 숨통을 틔어주는 한편 현금 자산을 확보해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에 대비하도록 주문했다.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확대에 따른 저축은행업계의 추가 영업정지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누그러트리고, 저축은행업계 2차 구조조정의 단계적 추진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인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 하반기 5조원대의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의 만기를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의 대손 충당금 적립 부담을 완화해주기 조치다. 앞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2008년 말부터 지난 해 6월까지 3차례에 걸쳐 89개 저축은행의 PF 부실채권 5조2000억원을 3년 만기로 매입했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3년 간 11차례에 걸쳐 매각가격에서 담보가격을 뺀 만큼의 손실분을 충당금으로 쌓아야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캠코로 하여금 채권 만기를 연장토록 할 경우 저축은행들은 이를 5년 간 19차례 나눠 충담금을 쌓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전수조사를 시작한 부실채권도 만기 연장 대상이 되는 만큼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만기 연장이 적용되는 채권규모도 증가할 수 있다.
이런 금융당국의 조치는 최근 저축은행에 대한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을 5년간 유예한 것에 이은 고육책이다.
한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검찰의 비리수사가 본격화된 이후 저축은행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져 부실자산이 증가해서가 아니라 뱅크런이 재발해 추가 영업정지를 당하는 저축은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부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건전성 감독도 강화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97개 저축은행에 현금화 가능한 자산을 충분히 확보해놓도록 주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일저축은행 사례처럼 예기치 않은 예금인출에 대비하기 위해 총 예수금 대비 현금성 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저축은행에 유동성 확보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금뿐 아니라 시장성 유가증권, 시중은행과의 크레디트라인(신용공여 한도)을 충분히 확보해 갑작스런 예금인출 사태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준비하란 뜻이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적정 유동성을 확보하라는 취지로, 구체적인 유동성 비율은 명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제일저축은행 사태 때 처럼 갑자스런 뱅크런으로 예금의 10% 정도가 빠져나간 만큼 그 이상을 평소에도 안정적으로 확보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며 “15~20%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donttouchme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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