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임박한 가운데 부산저축은행과 관계있는 아시아신탁의 급성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아시아신탁과의 관련성과 연루 정도에 따라 김종창 전 원장에 대한 조사 강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혜성같이 나타난 아시아신탁의 급성장은 신탁 업계에서도 화제였다. 아시아신탁의 시작은 원방알앤아이로 2006년 10월 창업했다. 이듬해 8월 정식 인가를 받았다. 2007년 6월 이영회 전 한국수출입은행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지 2개월 만이다.
자본금 30억원에서 시작했지만 그해 기업은행, 금호생명 등이 참여한 증자로 1년 만에 100억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기업은행은 김종창 전 원장이 재직했던 곳이기도 하다. 아시아신탁은 4년 만에 수탁고 16조원의 회사로 올라섰다. 부동산신탁업계가 2007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으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신탁의 성장세는 놀라웠다. 금감원의 2009년 3분기(1~9월) 부동산신탁사 영업실적 분석에 따르면 2008년 9월 말 이후 부동산신탁사 중 수탁고 증가율이 가장 큰 회사는 아시아신탁이었다. 수탁고가 6조원 증가하면서 증가율은 172%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아시아신탁은 2009년 이전에 설립된 9개 신탁회사 중에 유일하게 한 번도 금감원 검사를 받지 않았다. 신탁업계에서는 인가가 까다롭다고 알려진 관리형토지신탁 인가도 아시아신탁엔 어렵지 않았다. 아시아신탁은 2008년 금감원으로부터 관리형토지신탁 인가를 받았다. 2007년 8월 신탁업 본인가를 받은 지 6개월 만이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아시아신탁은 사업을 준비하고 인가가 나는데 3개월도 채 걸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아시아자산운용도 마찬가지였다”며 “특히 신규 신탁사로 진입했는데도 각종 인가가 바로 나면서 사업 운용의 폭이 넓어지며 단숨에 업계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아시아신탁엔 인가를 쉽게 내줬지만 이후 다른 신탁사의 신규 진입은 경계했다. 아시아신탁 인가 이후 농협-현대산업개발, 미래에셋부동산신탁 등이 금감원에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를 신청했지만 무산됐다. 이후 2009년 8월 무궁화신탁, 12월 코리아신탁이 영업인가를 받아 9개사에서 11개사로 늘어난 것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또 다른 신탁업계 관계자는 “아시아신탁이 본 궤도에 오른 2009년 이후엔 시장 포화로 인해 수익률 떨어진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의 신탁사 신규진입 불허 방침이 내려졌다”며 “다른 신탁사에서 진행 중인 사업도 종종 가져가 업계에서는 유명했다”고 말했다. 실제 아시아신탁은 2009년 관리형 토지신탁 108건 중 29건을 맡으면서 전체의 4분의 1 이상을 점유했다.
이 관계자는 “아시아신탁은 부산저축은행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강성범 씨(아시아신탁 감사이자 부산저축은행 사외이사)가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며 “신탁사 업무상 윗선에서 이뤄져야 할 부분들이 많고 아시아신탁 관계자들과 김종창 전 원장과의 끈끈한 인맥은 업계에선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hi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