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업종 안에서 매출액 순위는 뒤지지만 시장 가치는 더 높게 평가받는 진짜 1인자는 따로 있다. 매출액 대비 이익률이 높거나 신사업에 대한 선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성을 부각시켜 몸값을 높인 기업들이다.
8일 헤럴드경제가 코스피200 종목을 중심으로 업종별 기업들의 매출액과 시가총액을 비교한 결과 후성(무기화학), 녹십자(제약), 삼양제넥스(전분), 대우인터내셔널(종합상사), 대덕전자(PCB제조), 코오롱인더스트리(섬유), 한섬(여성복) 등은 해당업종 매출액 1위 기업과 비교해 시총액이 더 많거나 근접한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무기화합물 제조사인 후성은 1, 2위인 애경유화, 유니드와 비교해 매출액은 9위에 머무르지만 시총액은 7일 종가기준 6540억원으로 1위다. 후성은 성장성 높은 2차전지 전해질 시장에서 강자가 될 가능성이 부각되며 주가가 올랐고 시총액도 커졌다. 2차전지 전해질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 업체로 점유율 70%로 과점을 누리고 있다. 올해 생산능력도 연산 2000t으로 2배 늘렸다.
NH투자증권은 지난 7일 보고서에서 올해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2475억원(전년동기대비 증감율 44%), 348억원(265%)으로, 영업이익률은 9.3%포인트 상승한 14.1%로 전망했다. 김창진 연구원은 “최근 주가 급등으로 2011년 예상 PER이 19.1배까지 상승했고, 2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로 인한 주가조정은 장기 투자자에게 좋은 매수기회”라고 말했다.
제약회사 가운데 매출액 2, 3위인 녹십자, 유한양행도 1위 동아제약 보다 증시에서 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신약 개발과 이를 통한 수출액 증가 기대감 때문이다. 녹십자는 1분기 영업이익, 순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80% 가량 감소하고도, PER은 6년래 평균 보다 11% 할증된 15.1배에 달한다. 하지만 녹십자는 지난 6일 미국 ASD사와 면역결핍치료제(IVIG) 수출 계약을 3년간 2640억원 규모로 맺는 등 백신부문의 고성장과 혈액제제 해외수출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일 미국 IVIG 단가가 한국단가보다 5배이상 높아 수익성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PER을 2012년, 2013년에 각각 12.3배, 10.1배로 추산했다. 글로벌 혈액제제 회사의 올해 평균 PER이 21.7배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저평가된 수준이다.
한섬은 지난해 연간 기준 매출액으로는 신원에 밀리지만 올 1분기에는 근소한 차로 앞질렀다. 영업이익 또한 220억원으로 영업이익율이 18%가 넘는다. 반면 신원은 1분기 13억원의 영업손실을, 1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부진했다. 신원은 외형은 성장했지만 판관비 부담이 커져 영업수익성이 하락했다. 한섬은 최근 1년간 SK네트웍스와 인수합병(M&A) 협상을 벌이면서 몸값을 키운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지숙 기자 @hemhaw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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