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일성대 교수를 지낸 조명철 신임 통일교육원장이 8일 취임했다. 통일교육원은 정부 통일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연구기관으로 원장은 가급(옛 1급)이다.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들어온 새터민 가운데 공무원이 더러 있었지만 차관보급 고위직은 조 원장이 처음으로 그 상징적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 주민들에게 ‘코리안 드림’의 희망이 됐다는 점이 반갑다.
조 원장은 평양 태생으로 김일성대를 졸업하고 이 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던 중 1994년 한국으로 넘어왔다. 이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일해오다 통일교육원장 공모에 응모, 치열한 경합 끝에 북한 경제와 체제에 대한 해박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최종 선발됐다. 북한 출신 주민들도 자신의 분야에서 노력하면 얼마든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보여준 것이다.
제2, 제3의 조 원장이 계속 나올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북한 이탈 주민들을 더 배려하고 감싸안아야 한다. 굳이 특별 대접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초기 탈북자들만 해도 우리는 호기심과 연민의 정으로 따뜻하게 대했고, 정착에 많은 도움을 줬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매달 수백 명이 쏟아져 들어오다 보니 배려는커녕 선별수용론을 제기하는 등 적대감을 보이는 경우가 없지 않다. 실제 이들의 국내 정착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장애는 주변의 배타적인 시선이라고 한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 일부가 보험사기 등 범죄에 동원되고, 젊은 탈북 여성들은 생계 때문에 성매매로까지 탈선, 안타깝게 하고 있다.
새터민의 절반 이상은 기초생활수급자인 데다 자녀 교육과 탈북 과정에서 겪은 정신적 충격 등 보이지 않는 고충에 시달린다. 사선을 넘어 찾아온 한국에서 더 깊은 절망과 좌절을 느끼지 않게 정책적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 조 원장처럼 개인적 능력을 활용, 취업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 등 사회 전체가 적극 도와야 한다. 남북 간 사회 제도가 판이하다는 선입견을 배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하는 일들을 이들이 못할 리 없다. 그러다 능력이 인정되면 더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이게 바로 훗날 통일비용을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