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제2의 인생설계는
경제·건강·지식 갖춰야 가능
준비없는 은퇴는 실직일 뿐
취미·소일거리 인식 버려야
누군가 은퇴 후 계획을 묻는다면 나는 자신있게 “여유롭게 내 일을 하겠다.”고 답하겠다. 여기서 키포인트는 “여유”와 “일”이다. 여유는 경제적인 준비가 필수이고 일에는 건강과 지식 그리고 기술이 준비되어야 한다.
일하는 노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궁색하고 체면 떨어지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지 모른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경제적인 노후준비를 갖췄다면 이제 내 “일”을 찾아야 한다. 노년의 일은 취미와 소일거리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최소 10년에서 길게는 30년 동안 내 일상이 되고, 기본적인 경제력을 제공하고, 인간관계를 유지시켜줄만한 일이 있어야 한다.
대책없이 이직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대책을 세운 후 사표를 내라고 타이르곤 한다. 이제 50대 장년층에게도 이러한 타이름이 필요하다. “ 준비되지 않은 은퇴는, 준비되지 않은 퇴직은 실직(!)일 뿐이다.”
그런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이미 국가가 나서야할 만큼 심각한 상태다. 연금과 저축으로 노후를 준비한 분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은퇴자는 “할 일이 없는 고통”과 “갈 곳이 없는 고통”에 시달린다. 그 고통의 시간이 통계적으로 무려 30년에 이른다. 은퇴 후 30년, 우리는 그 긴 시간을 애써 외면해오진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일은 내 존재를 나타내는 근원이다. 특히 노후의 일은 청장년 때에비해 생산성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더 많은 가치를 지닌다. 어느 언론사에서 은행장 출신 퇴직자 40명을 조사한 결과 퇴직 후 현재 “일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14명은 모두 “은퇴 후 삶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직업이 없다”고 응답한 26명 중 만족한다는 응답은 16명에 그쳤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직업형노인과 자원봉사형 노인의 삶의 만족도가 경로당중심형, 종교중심형, 비참여형 노인들보다 2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의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한다.
‘일’과 관련된 은퇴준비 원칙을 정리해 보면 첫째, 경제적인 안전장치는 필수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 사회보장체계와 개인적인 연금 및 저축을 중심으로 준비하는게 바람직하다. 건강악화 및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여 보험상품을 갖추는 것 또한 우선 고려사항이다.
둘째, 사회적인 의미추구도 중요한 요소다. 앞으로의 시니어 집단은 역사상 가장 건강하고 장수하며 높은 교육수준을 갖췄다. 벌어놓은 돈으로 노후를 무미건조하게 보낼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통해 보람을 얻어야 한다.
셋째, 개인적인 의미추구도 빼놓아선 안된다. 나만의 취미와 끼를 살려내는 건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일이다. 외로움도 돈 없는 고통 못지 않다. 친구관계도 미리미리 챙겨두어야 한다. 오늘, 모처럼 옛 친구에게 퇴근길 전화 한 통 넣어서 안부를 살피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