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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恨牛의 절규
반값세일 굴욕이어 이젠 경품으로까지 추락…그래도 소비자는 냉랭
구제역에 불신만 커지고

삼겹살 몸값만도 못하고

수입소에 고객 다뺏기고




‘한식의 자존심’ ‘식탁 위의 명품’으로 불리던 한우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구제역 파동으로 인한 소비자 불신이 여전한 데다 가격은 ‘서민고기’ 돼지 삼겹살에 추월당하고, 수입산 쇠고기에 고객을 빼앗기는 등 삼중고에 빠졌다. 파격 세일을 앞세운 한후(恨牛)의 절규가 연일 계속되고 있지만 러브콜로 화답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추락하는 한우엔 날개가 없다?=한우 가격은 연일 하락세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조사한 한우 1등급 도매시장 지육 경매가격은 지난 1월 ㎏당 1만4900원에서 이달 8일엔 1만196원으로 46%나 급락했다. 한우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려간 이유는 구제역 여파가 물러가며 이동 제한에 묶여 있던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수급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구제역 파동으로 인한 소비자의 불신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점도 한우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28일~4월 24일 가정 내 쇠고기 구매량은 지난해 동기간보다 7.2% 감소한 1.29㎏였다. 연구원이 실시한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한우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소비자들은 지난달보다 10%나 줄었다.


▶다국적 쇠고기 군단의 대공습
=지난 10일 서울 고덕동 이마트. 지하 1층에 위치한 육류 매장은 주말 찬거리용 쇠고기를 구입하려는 쇼핑객들로 북적였다. 수입산 코너는 스테이크나 등심, 국거리용 등이 불티나게 팔리는 반면 한우 코너는 비싼 가격 때문인지 가격을 물어보는 고객만 있을 뿐 한우 고기를 직접 구입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수입산 쇠고기가 대한민국 육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이마트는 이미 수입산이 쇠고기 매출의 절반 가까이 장악했다. 실제 호주산 쇠고기의 점유율은 지난해 31%에서 올해 32%로, 지난해 12.5%던 미국산은 12.9%로 나란히 올라갔다. 홈플러스나 롯데마트 등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구제역 파동 이후 수입산 쇠고기에 대한 선호도가 커진 데다 수입산 쇠고기가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마케팅 공세를 펼쳤기 때문이다. 수입산 쇠고기 수요가 늘면서 수입물량도 덩달아 급증세다. 지난 4월 국내에 수입된 외국산 쇠고기는 9만8277t으로 1년 새 22.0% 늘었다. 이 중 호주산은 4만8200t(+15.2%), 미국산 3만6265t(+47.9%), 뉴질랜드산 1만2360t(-7.1%), 멕시코산은 1452t(+54.3%)에 달했다.

▶반값 세일로 절규하는 한우(恨牛)의 눈물=한우는 이제 ‘반값 세일’을 넘어 경품으로 얹어주는 품목으로 위상이 추락했다. 지난 6일 유통업계는 ‘육육(肉肉)데이’와 현충일까지 이어진 황금연휴를 맞아 다양한 축산물 할인전을 펼쳤다.

이마트에서는 한우 1등급 등심이 정상가보다 30% 싼 100g당 3220원에 나왔고, 홈플러스의 ‘착한 한우 불고기’는 정상가보다 63% 할인된 가격으로 몸값을 낮췄다. 롯데마트의 한우 암소등심도 정상가보다 38% 저렴한 가격에 매대에 올랐다. 몸값 떨어지는 ‘굴욕’ 앞에서 콧대 높던 한우도 별수 없었다.

온라인몰 NS이숍에서는 지난달 17일 프리미엄 한우 ‘순우리’의 최상급 한우 등심을 60% 할인 판매했다. AK몰에서는 아예 오는 26일까지 추첨고객에게 한우를 경품으로 나눠주기로 했다. 경남 등 지자체에서도 최근 한우산업 안정 대책 등을 긴급 발표했으나 축산 시장 살리기엔 역부족이다.

축산업계에선 오는 8월까지 도축 한우가 21.7%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값 세일’을 외치는 한우의 절규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최남주ㆍ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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