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예년보다 열흘 이상 일찍 장마가 찾아왔다. 1981년 이후 가장 이른 이번 장마는 강우량이 평년보다 20% 이상 많고 집중호우 빈도도 높을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장마 기간도 유난히 길 것이라고 한다. 전국에 구제역 가축매몰지가 산재하고 4대강 사업도 아직 진행 중이어서 걱정이 앞선다.
먼저 구제역 가축매몰지 상황은 심각하다. 벌써부터 침출수로 추정되는 거품과 기름띠가 도랑으로 흘러내리는 2차 환경오염이 적지 않다. 연초 소와 돼지 등 약 347만두를 살처분해 땅에 묻은 전국 4172개 매몰지에서 동시다발적 2차 환경오염이 발생하면 ‘환경 재앙’이 불 보듯 뻔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맛비가 매몰지에 유입되지 않도록 당장 이를 감싼 방수포 등 시설을 재점검하기 바란다. 특히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산기슭이나 비탈면, 언덕, 하천 인근에 설치한 매몰지가 집중호우나 태풍 등으로 유실될 가능성은 없는지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매몰지 토사 붕괴, 침출수 유출, 지하수 오염 등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4대강 사업현장 관리도 중요하다. 장마는 이미 시작됐는데도 본류사업은 80%, 보(洑)와 준설(浚渫) 공사는 각각 94%와 92% 공정에 그쳐 임시물막이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나 유실 사고가 났던 임시물막이 철거는 보와 준설 공사가 끝나는 빨라야 7월 초가 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시공업체 등이 ‘괜찮다’ ‘문제없다’고 해서 국민 불안이 가시는 것은 아니다. 수위 예측, 빨라진 유속(流速) 등을 재점검하고 상황 발생에 따른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얼마 전 취수용 임시물막이 붕괴로 큰 불편을 겪었던 구미 사례가 재연되지 않도록 철저한 홍수대비책도 시급하다. 특히 4대강 사업은 적지 않은 국민들의 우려와 반대를 무릅쓴 프로젝트이기에 더욱 그렇다.
정부는 장마철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의 안녕을 지킬 책무가 있다. 예상치 못한 게릴라성 호우에도 구제역 매몰지 및 4대강 공사현장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면 그 피해 또한 최소화할 수 있다. 반값 등록금을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의 이전투구에 장마 피해가 겹친다면 악화된 민심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적어도 인재는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