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매 대란과 자문형랩의 돌풍으로 촉발된 운용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보다는 해외 펀드로의 환매 쏠림, 상장지수펀드(ETF)의 급성장 등에 따라 주요 자산운용사별로 고민이 크게 엇갈려 주목된다.
먼저 국내 1위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은 점점 움츠러드는 큰아들(미래에셋자산운용)과 잘나가는 둘째아들(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사이에서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운용은 올 들어 국내 주식형에서만 지난 7일까지 2조7294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 2008년 50조원을 넘었던 펀드 설정액은 현재 30조7104억원으로 간신히 3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동생 격인 미래에셋맵스운용은 ETF시장의 선전 등에 힘입어 국내 펀드 설정액이 올 들어 3891억원이나 증가했다. 최근 ETF 순자산이 1조원을 넘어서며 우리자산운용을 누르고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은 수익률과 설정액 측면에서 고민이 엇갈린다.
먼저 삼성운용은 ‘수익률은 좋은데 설정액이 안 늘어’ 고민이다. ‘삼성중소형FOCUS’ 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 19.02%로 알리안츠, 하이, 교보악사운용 등을 제치고 중소형 펀드 가운데 수익률 1위다. 국내 주식형에선 ‘삼성기초소재강국코리아’ 펀드가 연초 이후 25.4%로 전체 1위, 해외 주식형에선 ‘삼성인도네시아다이나믹’ 펀드가 연초 이후 11.1%로 선두다.
반면 KB자산운용은 ‘설정액은 느는데 수익률이 떨어져’ 고민이다. 간판인 ‘KB밸류포커스’ 펀드는 지난해 말 1년 수익률이 49.16%로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2위였으나, 올해 연초 이후 수익률은 1.7%로 중위권이다.
한국투신운용은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연초 대비 7077억원 증가하는 등 선방했지만, 커지는 ETF시장에서의 성적이 미지근하다.
한국운용의 최근 1년 ETF 순자산 증가액은 560억원(5월 말 기준)으로 한화투신운용의 1280억원에도 뒤졌으며, 누적 순자산(3321억원) 규모에서도 교보악사자산운용(3838억원)에 5위 자리를 내줬다.
5대 운용사 가운데 해외 펀드 비중이 가장 높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끝모를 해외펀드 환매 행진에 가장 큰 충격이다. 올해 들어서만 8121억원이 빠져나갔다.
최재원 기자/jwcho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