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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이건희 회장 이심전심?
공정사회 드라이브 李대통령

국정지지도 급속 하락 등

정권재창출 절박함 반영

“민심되돌리기 승부수” 분석


삼성 부패척결 나선 李회장

세계 일등주의 위기감 작용

경영승계위한 인적정리說도

내부비리 공개배경 설왕설래


이명박 대통령과 이건희 삼성 회장이 약속이나 한 듯 ‘비리와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정치권과 관가는 물론 재계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이 대통령이 전관예우 철폐 등 공정사회 국정기조에 연이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자, 화답이라도 하듯 이 회장은 지난 8일 “(임직원의) 부정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했다. 13일에는 다시 이 대통령이 “소득이 다소 낮더라도 공정한 사회에서 사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는 울림 큰 메시지를 던졌다.

정의사회 구현(전두환)과 범죄와의 전쟁(노태우), 기득권 타파(노무현) 등 그동안 정권 차원의 반부패 선언이 없지 않았지만, 매번 바람을 타고 등장해 시류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이번엔 좀 달라 보인다. 국정을 책임지는 최고 정치권력과 시장을 대표하는 경제권력이 한목소리로 비리 타파를 선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구호에 그칠 수도 있었던 공정사회론에 이 회장이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한 모양새다.

이 회장의 경제정책 낙제점 발언 이후 ‘앙금’이 쌓였던 청와대와 삼성 간에 암묵적 공감의 전선이 형성된 것일까. 청와대도 삼성도 교감설을 부인했다. ‘시대정신’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공정사회는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이념 구호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토착ㆍ교육ㆍ권력형 3대 비리 척결을 강조해왔고, ‘공정사회없이는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는 소신이 투철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ㆍ인터넷 연설에서 “이런 (불공정) 관행을 없애지 않으면 선진 일류국가로 갈 수 없다”면서 “정부가 앞장서겠다. 정부는 공직자윤리법부터 보다 엄격하게 고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발언을 둘러싸고도 비슷한 해석이 나왔다.

삼성 내부 인사들은 “사회는 물론 기업에도 부정부패의 틈새가 넓어지고 부패가 끼면 기업 경쟁력에 치명타”라며 “기업을 깨끗하게 운영하는 것은 미래 먹을거리 창출의 전제조건이라는 차원에서 이 회장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부 관전자들의 생각은 좀 다른 듯하다. 시점이 미묘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의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고, 삼성그룹은 경영권 승계의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

여권 관계자는 “4ㆍ27 재보선 이후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20%대까지 급락하는 등 민심이반 현상이 두드러진다”면서 “총ㆍ대선을 앞두고 정권 차원에서 승부수가 필요하고 공정사회 기조는 민심을 되돌리는 가장 강력한 대응책”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한 임원 역시 “뭔가 이상하다. 감사를 하면 별의별 형편없는 일들이 적발된다. 대부분 내부적으로 조용히 정리한다. 그런데 삼성은 대놓고 언론에 공개했다. 이건희 회장 스타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이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물어볼 게 없느냐”는 식으로 내부의 문제점을 먼저 폭로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유야 어찌 됐건 정치ㆍ경제 양 권력이 동시에 공정사회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면서 정부 고위관료들뿐만 아니라 현대차나 포스코 등 여타 대기업들도 자체 감사팀을 강화하는 등 비리 단속의 고삐를 바짝 죄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과 이 회장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공정사회 기조는 다소간의 진통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후퇴 없는 전진의 길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남은 과제는 어떤 방식으로 공정사회 기조를 정착시키느냐 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권력 최상부의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김영상ㆍ양춘병기자/yang@heraldcorp.com>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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