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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명 백화점 高수수료 현실에 판로 확장하는 中企 현장 가보니
고기 구울 때 먹기 편하도록 잘게 짜르는 마늘 절삭기,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열리는 보안 필통, 앤틱한 느낌이 물씬 나는 명함꽂이까지.

지난 13일 찾은 양천구 목동의 ‘행복한세상 백화점’의 ‘HIT500 SHOP’에는 재미 있는 제품들이 많았다. 하나 같이 독특한 기술로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물건이었지만 유명 백화점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었다. 제품 옆에는 사용 설명과 함께 제조 회사 홍보용 책자도 있다는 점이 여타 백화점하곤 또다른 모습이었다.

행복한 세상 백화점은 중소기업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도 홍보와 마케팅력이 부족해 판로를 넓히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설립한 백화점이다. 특히 이곳은 지난 4월부터 HIT500 SHOP을 열어 낮은 수수료율로 입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최근 3대 백화점을 비롯 유명 백화점들이 최고 38%까지 판매 수수료율을 부과하는 상황에 HIT500 SHOP은 중소업체들의 ‘오아시스’인 셈이다.

백화점 4층에 들어선 HIT500 SHOP은 100여 개 업체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으로 무엇보다 수수료율이 낮다는 점이 장점이다. 2~3%정도 되는 카드수수료율, 판매직원 운영비, 인테리어비 등을 다 포함한 수수료율은 8%정도 밖에 안 된다. 30%를 오르내리는 유명 백화점 수수료율의 3분의 1 수준인 것이다. 가령 이곳에서 판매하는 고기구이 용 팬은 5만8000원인데 이를 백화점에서 판다면 1만7000원 이상을 수수료로 물어야 하지만, 여기선 4600원만 내도 된다.

수수료율 혜택이 크다보니 여러 중소업체들이 몰릴 수 밖에 없다. 이에 공정한 심사를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은 5000여 명의 소비자 평가단을 운영하고 있다. 평가단 온라인 투표를 통해 200~250개 업체를 추려낸 뒤 행복한세상 백화점 MD와 상의해 100개 정도로 압축하는 방식이다.

3개월 정도 지나면서 매출도 눈에 띄게 올라갔다. 이달 초 기준 하루 평균 매출은 100만원으로 이는 4~5월 대비 58% 가량 상승했다. 백화점사업본부 생활잡화팀 관계자는 “에이피홈의 가구 소품이나 거평테크의 주방ㆍ화장실 용품 등은 이미 인기 상품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업체들은 대형 유통망을 포기하고 저렴한 수수료를 선택한 것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우선 집객효과 면에서 큰 차이를 보기 때문이다.

HIT500 SHOP에서 시계를 팔고 있는 D사 대표는 “백화점 들어갈 엄두가 안 나서 여기 오긴 했지만 유동 소비자가 적은 게 사실이다, 지금은 많이 팔기보다는 제품 홍보 차원에서 입점했다”고 말했다.

입점 제품에 선정되더라도 다양한 업체가 들어올 수 있도록 2개월마다 심사를 받아 잔류ㆍ퇴출 조치를 받기 때문에 그만큼 문이 좁다는 것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 조차 “행복한세상 백화점 한 곳에만 들어선 HIT500 SHOP을 더 늘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특히 목동의 경우 길 하나를 두고 목동 현대백화점과 나란히 서 있어 집객 면에서 확실히 밀릴 수 밖에 없어 다른 지역에 분점을 꼭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밖에도 그동안 온라인 마케팅에만 치중해 중년 이상의 소비자들에게 홍보가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점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정태일 기자@ndisbegin>
killpass@heraldcorp.com


HIT500 SHOP는 지난 9일부터 낙후지역 업체를 소개하는 지역특화관도 오픈했다. 하지만 다양한 중소업체의 판로를 넓힌다는 취지에 따라 더 많은 곳에 HIT500 SHOP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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