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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의 바람ㆍ돌로 갈옷 만드는 양순자 몽생이 대표
【제주시= 정태일 기자】지난 10일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2층 짜리 폐교에 들어서니 넓은 잔디 운동장 위에 이제 막 염색을 마친 천들이 펼쳐 있었다. 뒤에는 감색으로 보이는 손수건들이 빨래처럼 걸려 있었다. 손수건에선 바닷바람이 싣고 온 짭쪼름한 냄새가 났다.

이곳은 20년 가까이 제주 갈옷만을 연구해 온 ㈜몽생이의 염색 공장이면서 디자인 연구소다. 운동장에선 햇빛과 바람을 이용해 은은한 염색 작업을 거치고, 교실과 복도는 염색한 원단으로 디자인한 옷들을 보관ㆍ전시하는 장소로 활용됐다.

양순자 몽생이 대표(62ㆍ사진)의 첫인상도 이와 같았다. 은은한 색감의 갈옷에 근사하게 걸친 모자 등의 패션은 누가 봐도 디자이너였다. 양 대표는 뉴욕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1990년 초반 몽생이라는 법인을 세운 뒤 지금까지 갈옷을 연구하고 생산하고 있다.

제주가 고향인 양 대표는 미국 유학시절부터 제주만의 멋을 살릴 수 있는 옷을 만들겠다는 꿈을 키워 왔다. 오랜 연구 끝에 맺은 결실은 감과 화산석이었다. 어린 시절 감을 먹다가 옷에 물이 들었을 때 색깔이 아주 예뻐 이를 염색에 이용했고, 땅만 팠다 하면 제주 화산석(제주 방언으로 송이석)이 나와서 이를 옷감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과 돌가루, 쑥 등을 이용해 적당한 햇빛ㆍ바람과 함께 염색하는데 입어 본 사람들은 감촉이 뽀송뽀송하고, 보습 및 살균효과 등이 좋다고 해요”

염색 작업은 손이 많이 간다. 1만8000㎡ 크기의 감농장에서 땡감일 때 감을 따고, 하나하나 으깨고, 즙을 낸 뒤 옷감과 함께 일일히 밟으면서 물을 들인다. 그 후 적당한 크기로 잘라 학교 운동장에서 건조 작업을 거친다.

“가장 적당한 시기가 8월인데 사람이 발로 밟아 물을 들이니 땀이 비오듯 쏟아지죠”

옷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다보니 공장에서 찍어내는 옷처럼 값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 양 대표의 신념이다. 몽생이 티셔츠 한 벌은 5~6만원, 재킷은 7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고가다.

이 옷이 해외로 가면 세금이 붙어 더 비싼데도 제주 갈옷의 매력은 해외에서 더욱 인정 받고 있다. 현재 일본이나 스웨덴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해외 매출이 한 해 총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특히 일본에서 명품 의류 세일즈 전문가는 제주 갈옷에 빠져 양 대표 밑에서 공부한 뒤 현재 긴자에 자신의 매장을 차리기도 했다.

몽생이 지난해 매출은 2억원. 양 대표는 수십억원 매출 올려야 한다면서도 소매점, 인터넷쇼핑몰은 생각 조차 안 한다고 했다. 열심히 옷 만드는 과정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보면 지갑을 열 것이고, 그러면서 회사 신뢰가 올라 간다는 양 대표만의 철학이다. 실제 몽생이 옷은 유명 예술인, 정치인들이 단골로 찾고 있다. 

우수한 기술을 대기업과 제휴하면 사업규모도 키우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지만 외길만 고집하는 양 대표는 진정한 장인이었다.

“좋은 기술 개발하면 대기업들이 언제나 눈독 들이죠. 하지만 그 순간 디자인 정신, 옷에 대한 경외심은 사라져요. 그러면 제주만의 갈옷도 특수성을 잃겠죠. 제주의 바람과 돌을 담은 좋은 옷을 만들면 언제든 소비자들이 인정해주지 않을까요”

<정태일 기자@ndisbegin>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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