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 간 회동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손 대표가 13일 반값 등록금 등 민생경제 현안을 논의하자며 이 대통령에게 만날 것을 제의했고, 청와대는 ‘토를 달 이유가 없다’며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이다.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의 만남은 그 자체가 ‘큰 정치’의 상징이다. 그런데 MB정부 들어 이런 만남이 과거에 비해 유난히 인색했다. 최근이래야 3년 전인 2008년 9월의 일이다. 그만큼 정치권에 정치다운 정치가 없었다는 얘기다. 변죽만 울릴 게 아니라 이번에는 반드시 성사시켜 답답한 정국을 헤쳐나갈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다뤄야 할 의제가 너무 많아 회담 실효성이 의문스럽다. 손 대표가 회담을 제의하며 언급한 민생 현안만 해도 반값 등록금을 비롯 고물가, 일자리와 전월세 대책, 저축은행 부실, 가계부채 급증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기에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으로 인한 문제와 노사 문제도 그냥 둬선 안 된다”고 했고, 사법제도 개혁과 남북 정상회담 문제까지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국정 현안을 가릴 것 없이 논의하는 것은 좋지만 이를 모두 의제로 다룰 수는 없다. 게다가 민생현안들은 하나하나가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사안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날짜와 의제 등을 조율하기 위한 물밑접촉에 곧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의제의 선택과 집중이 절대 필요하다. 어렵게 성사된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이 밥 먹고 사진 찍는 정치 쇼로 끝나선 곤란하다. 민생경제에 주력하되 안보와 비리척결에 대한 기본적 공감대를 마련하면 금상첨화다. 이는 양보의 정치 없이 불가능하다. 피차 상대방 입장에서 회담에 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대범한 모습이 필요하다. 야당의 요구사항을 경청하고 과감히 수용하는 의지를 보인다면 회담은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가뜩이나 레임덕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 아닌가. 임기 말 국정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차기 대선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양자구도로 만들어야 할 손 대표에게도 이번 회담은 좋은 기회다. 차제에 국정 운영에 협조할 것은 협조한다는 통 큰 정치인의 면모를 보이면 입지를 굳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가령 한ㆍ미 FTA 비준안의 조건 없는 국회 동의가 그런 경우다. 또 반값 등록금도 약 6조원의 재원 마련 대책을 전제로 협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