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물류허브 중요한 위치
항공화물 허브는 이미 성공
규제완화등 인프라 정비로
금융허브 도전 시작할 때
필자가 한국에 부임한 2004년부터 한국은 이미 동북아 금융허브 육성을 위한 의지와 움직임이 있었다. 동북아시아 물류허브로서 한국은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에 자리하고 있으며, 인천국제공항은 항공화물 부문 허브로서 이미 성공적인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 규모의 척도가 되는 기업 활동과 성장세를 감안한다면, 한국의 수도 서울을 금융허브로 육성하고자 하는 데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금융허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먼저 인프라 정비가 요소 중 하나다.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보면, 대형 오피스 빌딩의 공급이 지속적으로 확충되고 있으며, 금융뿐 아니라 관광유치를 위한 영어인력 인프라도 서서히 확충되고 있다. 소프트웨어적 측면은 규제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도 각 규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규제 내용이 추가적으로 종종 변경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명확한 방향의 정립이 필요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국뿐 아니라 금융선진 국가들에 다양한 관점에서 기존의 가치관과 규제에 대해 재검토할 기회를 주었다. 이 때문에 시장친화적 의견보다는 보수적인 의견이 더욱 잘 수용되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정책은 제 소리를 못 내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추세 자체를 부정하거나 비난할 수는 없지만, 각국의 특성과 시장 성숙도를 감안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일률적으로 억제하는 규제는 옳지 않을 것이다.
금융허브가 되기 위한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요소는 첫째 투자자 보호와 육성, 둘째 건전한 경쟁 촉진, 셋째 투명성 확보다. 이들을 기초로 한국의 금융허브화 혹은 국제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치를 다져나가려면, 전 세계 실물자산을 대상으로 하는 파생상품시장을 아시아에서 육성하고 한국은 이 시장의 성장, 발전을 위해 주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헤지펀드에 의한 단기투자도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단기투자가 때로는 금융투자상품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유동성을 향상시킨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한국 내 상품 거래 시 사용하는 통화를 한국 원화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달러화, 유로화, 엔화와 같은 주요 통화 및 기타 각국 통화로 허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금융허브를 표방하기 위해서는 자국통화의 일정 수준의 국제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완전한 국제화는 여러 가지 이유로 시간이 걸릴지 모르나, 한국 산업의 실수요와 무역의존도를 고려한다면 단계적이고 명확한 절차를 거친 원화의 개방은 장기적으로 한국이 금융허브로 도약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유럽과 미국 지역의 거래소 등이 대형화를 꾀하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와 시장독점에 대한 우려는 항상 존재한다. 이와 함께 대형 금융기관에 대해 보다 높은 건전성과 상당한 수준의 자기자본비율 유지가 요구된다. 물론 이것도 필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다음 방향을 정립하는 것이다. 한국이 다양한 분야의 산업에서 세계 최고 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은 때를 놓치지 않는 적절한 투자 타이밍이었다. 그리고 이제 한국의 금융 및 자본시장에 있어서도 이제 그 타이밍이 도래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