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펀드를 통해 자산운용사들의 운용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100여개 안팎의 종목에 투자해 분산효과를 높인 일반 펀드와 달리 20~3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압축펀드는 어떤 종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1년 수익률 격차가 크게는 4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종목 선택에 있어 주도주에 잘 투자한 펀드는 뛰어난 성과를 냈지만, 주도주를 놓친 펀드는 위험을 분산시킬 수 없기 때문에 시장을 따라가기도 힘들었다.
1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0억원 이상 압축포트폴리오 펀드들 가운데 삼성코리아소수정예펀드가 연초 이후 14.92%로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산은2020펀드1(13.32%)와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펀드(12.76%), GS골드스코프펀드1(10.72%) 등이 뒤를 이어 상위권에 포진했다.
같은 기간 벤치마크인 코스피200이 제자리 걸음을 한 것을 감안하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한 셈이다.
삼성코리아소수정예펀드는 자동차주에서 높은 수익을 냈다. 현대모비스 기아차 현대차 현대위아 등을 포함한 운수장비 업종의 비중이 36%에 달했으며, 화학과 IT비중이 각각 12% 안팎이다. 편입 1위 종목인 동부화재도 연초 이후 10% 이상 올랐다.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펀드는 연간 수익률도 좋지만 1년 수익률이 무려 65.10%로 다른 압축펀드를 크게 웃돌았다. 적극적인 화학주 편입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화학업종의 비중이 30.78%로 절대적으로 높았으며, 운수장비와 유통업 비중이 각각 13.94%, 16.23%에 달했다. 상위 보유종목으로는 삼성전자가 9.30%로 1위에 올랐지만 IT 비중은 11.27%에 그쳤다.
반면 NH-CA대한민국업종1등펀드와 한화골드KOSPI50Select펀드1는 각각 연초 이후 -1.02%, -0.70%를 기록했으며, 프랭클린템플턴포커스펀드(0.03%)와 KB코리아엘리트20펀드(2.00%)는 거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 올 들어 주가흐름이 부진한 IT와 금융주의 비중이 높았던 게 공통점이었다.
프랭클린템플턴포커스펀드는 IT 비중이 14.68%로 가장 높았고, 금융업종의 비중도 13.29%에 달했다. 반면 화학은 3.65%에 불과했다.
KB코리아엘리트20펀드 역시 IT 비중이 18%에 달했고, 금융업도 15%를 기록했다.
김보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조원 규모였던 압축펀드의 설정액이 현재 2조원 수준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펀드간 수익률 편차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소수 종목에 투자하는 만큼 운용사의 리서치 역량이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설정액은 100억원 미만으로 미미하지만 좋은 성과를 내는 펀드들도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18.37%로 1위를 기록했던 동부파워초이스펀드 대한항공과 SBS 기업은행 코리안리 롯데칠성 등으로 내수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안상미 기자/hu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