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외국인의 ‘바이코리아’가 재개된 이후 유럽자금의 유입와 이탈 여부에 따라 코스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그리스발 유로존 위기 부각은 유럽자금 이탈과 이에 따른 한국 증시 하락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증시에서 북미 자금은 주로 장기투자자금으로 분류하지만, 유럽계 자금에는 단기성 자금도 상당부분 섞여 있는 것으로 분석하는 게 일반적이다.
유럽계 자금은 코스피 전고점 회복 여부, 원화강세 속도 등 투자관련 성과에 따라 차익실현에도 적극적이지만, 유로존 재정위기 같은 리스크 요인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 해 2월, 5월, 올 2, 3월, 5월 등 코스피의 주요 눌림목에는 예외없이 유럽자금의 순매도가 나타났다. 특히 유로존 재정위기가 크게 부각된 지난 해 5월의 순매도는 기록적이었다.
특히 올 들어 유럽계 자금은 4월 한 차례만 순매수를 기록할 정도로 차익실현에 적극적이다. 유럽계 자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회복국면에서 미국 자금보다 앞서 한국 증시에 투자했고, 유러화도 원화대비 달러화보다 더 약세다. 투자차익과 환차익 조건이 모두 우호적이어서 차익실현에 나설 조건이 충족돼 있다. 따라서 유로존 위기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날 경우 가장 적극적으로 위험자산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주 유럽중앙은행(ECB)가 7월 금리인상을 예고한 점도 차익실현을 부추길만한 요인이다.
홍기석 삼성운용 팀장은 “유럽은행들이 가진 채권은 그리스는 물론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채권과 연계돼 있어 당장 그리스를 부도로 몰고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그리스 문제 해결을 위한 유동성이 필요한 데다 미국 경기도 시원치 않고, 중국도 성장률 둔화 조짐이 나타나는 등 글로벌 투자환경이 좋지 않아 한국증시에서 유럽자금의 이탈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자금의 경우 미국내 주식의 투자매력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굳이 신흥시장에서 돈을 뺄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수영 KB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주식시장 방향성은 보다 변동성이 높은 유럽과 기타 지역 자금이 결정한 것으로 판단한다. 국내 펀드로 자금 순유입이 진행되면서 기관 매수여력이 회복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채권형 수익증권 중심으로 자금유입이 진행되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유지되고 있다. 국내자금 유입에 따른 추세적인 반등은 아직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홍길용기자 @TrueMoneystory>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