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붕괴 위기 내몰려
서민은 집값하락·이자부담
금융권도 PF부실 도미노
경제전반 확대 우려 증폭
5900여개 건설ㆍ주택업체의 휴폐업, 157만가구의 하우스 푸어 양산, 270조원대의 주택대출금 증가, 29만5000명의 실직….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건설ㆍ부동산시장의 후유증이 심각하다. 조선 등 주요 업종 불황이 걷혔지만 건설ㆍ부동산 경기는 탈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미운 오리새끼 신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공공 수주물량이 무려 34.6% 감소하다 보니 공사 기근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건설ㆍ부동산사업의 첫 단계인 설계용역업계는 이미 업역 해체 현상이 심각하다. 건설사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일반토건업체 189개사를 비롯해 전문건설업체 4812개사, 주택건설업체 898개사가 문을 닫았다. 하루 평균 5개씩 쓰러진 셈이다. 초대형건설사인 H건설이 발전소 공사를 예정가격 대비 2000억원 낮은 저가로 덤핑 수주, 계약조차 못할 정도로 과열 수주경쟁이 빚어지고 있다.
휴폐업 업체당 평균 50명씩만 잡아도 줄잡아 29만5000명 이상이 실직한 셈이다. 여기에 서민생활과 직결된 인테리어, 자재, 부동산중개업, 분양대행업체, 이삿짐센터 등 부수적 업체의 휴폐업까지 감안하면 ‘산업 붕괴’라 할 만하다.
부동산 장기불황은 깡통주택을 양산, 샐러리맨 생계와 금융권 위협 상황으로 발전되고 있다. 하우스 푸어(집 가진 가난한 사람)가 무려 156만9000가구에 달하고 이들은 소득의 41.6%를 대출금 갚는 데 쓸 정도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은 중산층의 불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3조원대에 달하는 저축은행 PF의 부실은 양파껍질과 같다. 부실비율이 18.4%에 달하는 가운데 금융권 전반으로 번질 태세다.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사업성이 양호한 PF사업장도 부실화, 결국 36조원대의 금융부실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뇌관인 800조원대의 가계대출 중 33%가 주택담보대출이다. 시장불황과 대출부실이 맞물린다면 우리도 1992년 일본, 2008년 미국판 경제파국이 불가항력이다. 건설ㆍ부동산시장 연착륙 대책이 내수 활성화 방안에 우선 포함돼야 하는 이유다.
지방경제, 중소기업, 서민경제의 핵심 역할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수도권 시민 10명 중 7명이 가계 씀씀이에 타격을 받아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는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가 이를 밑받침해준다. MB정부와 여당은 3년 내내 정책이념 공방에 사로잡힌 채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해온 게 사실이다.
분양가상한제 등 좌파정부에서 도입된 규제의 뿌리를 캐내지 못하고 9번에 걸쳐 껍데기 대책만 내놨다. 구호성 공정사회, 동반성장에 염증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불황의 늪이 깊어지면서 내집 마련이 자살행위라는 의식만 팽배하다. 대책 없이 기준금리를 인상, 대출자 불안과 함께 분양주택, 기존주택시장의 추락을 부추기고 있다.
서강대 김경환 교수(경제학과)는 “주택이 가계자산의 80%를 차지하고 가계부채와 연결돼 있는 만큼 부동산시장은 개인과 경제 전체에 미치는 효과가 지대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환경변화에 수요자와 공급자가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건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각종 공급제도는 물론 전향적인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등 세제 개편을 통해 거래를 살리고 시장을 회복시키는 일이 필수다. 목이 타는 지방 및 서민경제를 위한 추경 편성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최저낙찰제 확대적용 유보는 적자 시공에 허덕이는 건설업체의 연쇄하청구조 특성상 불가피하다.
가계부실과 금융부실, 경제부실로 확대되기 전에 전향적 건설ㆍ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나와야 한다.
ch10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