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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수노조 시행 D-보름, 재계 "적극 대처해 우호적 노조 만들어지도록 유도"
올 하반기 국내 노동계 최대 이슈인 복수노조 시행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단일사업장 내 복수노조 허용은 지난해 도입된 타임오프제와 함께 우리나라 산업 및 노동계 지형 전반에 ‘패러다임 시프트’를 몰고 올 변수로 꼽힌다. 그만큼 파괴력이 엄청나다는 의미다.

복수노조 시대를 대비하는 기업들도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자동차처럼 공개적으로 준비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겉으로는 내색은 하지 않고 있지만 속으로 대응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7월1일 단일사업장 내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면 다양한 형태의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면서 “기업들도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시화되는 복수노조 설립 움직임=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한국발전산업노조 지부가 존재하는 동서발전 내에 복수노조가 설립돼 국내에서 처음 사측과 별도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다.

정치투쟁 일변도의 현 노조와 달리 실용과 실리를 표방하면서 탄생한 노조는 이미 노동부에 노조설립 신청서를 제출했다. 다음달 1일 복수노조 설립이 법적으로 허용되면 곧바로 출범할 예정이며, 이전 노조 조합원 900여명 중 300~400명이 새 노조에 합류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플랫폼 사업 부문 분사 후유증으로 회사와 노조가 대립하고 있는 SK텔레콤에서도 사태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으면 복수노조 설립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이 감지되지는 않고 있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것이다.

국내 노조 가운데 가장 강성으로 꼽히는 완성차 내부에서도 현장직 중심의 기존 노조와 궤를 달리하는 사무직 노조 설립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상급단체는 사실상 노조의 무풍지대로 남아있는 삼성ㆍ포스코 등에 노조를 세우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노동계 입장에서 복수노조 허용은 기회인 동시에 도전이어서 많은 시도들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계, 대응책 마련에 가속도=복수노조 허용과 관련해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곳이 현대차다. 현대차는 올 단체협상 사측 요구안에 단협 총칙 제1조를 수정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회사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유일한 교섭단체임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삭제 또는 수정하자는 것이다.

현대차 측은 “복수노조 허용 이후 노조가입 대상 조합원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다른 노조가 생길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법 취지에 따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삼성은 조용하면서도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삼성은 우선 혼선을 막기 위해 복수노조와 관련한 어떠한 입장도 외부에 발설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인사ㆍ법무 담당자들에게 관련 교육을 시켜 대부분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추게 했다.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파트에서도 팀장급 중심으로 복수노조 관련 스터디가 이뤄지고 있다.

LG와 포스코 등은 복수노조 설립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노사 관계를 더욱 우호적으로 가져가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는 만큼 복수노조 설립 자체를 막는데 주력하기보다는 새로운 노조가 생겨나더라도 지금껏 유지돼 온 평화적인 노사관계의 틀이 깨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도 노경위원회가 중심이 돼 현장직원들을 최대한 배려하고 있지만 외부 환경이 바뀌는 만큼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면서 “현장 분위기를 주시하면서 합리적인 노사관계가 유지되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hamle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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