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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부품소재, 또다른 전쟁에서 이기려면
‘가마우지경제’, ‘무역역조의 주범’ ,‘산업적 열등생’ 등 갖은 수모적 수식어를 달고 있는 우리 부품ㆍ소재산업에도 기회가 오고 있다.

실제 전국 기업현장에서는 일본 수요업체들이 국내 하이테크 부품 및 소재업체들을 찾아 나서고 있으며 공급계약까지 잇달아 맺고 있는 중이다. 일반 기계금속, 신소재는 물론 IT나 생명공학 분야에서 5년, 10년 장기계약도 예사로 이뤄진다. 일례로 충북 청원의 한 광학업체는 광학선진국 일본 업체를 제치고 현지 대기업에 의료장비용 광학시스템을 수주했으며, 경남 진주의 한 유산균 제조업체는 일본에서 유산균 균주 자체를 배양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업체들 말대로 그동안 견본제품을 보내고 납기는 물론 가격결정권까지 주며 통사정을 해도 거들떠 보지도 않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다. 모두 일본 대지진 이후의 일이다. 남의 불행에 힘입은 바 크지만 어쨌든 기회는 잡고 봐야 한다. 

또한 기술자립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도 함께 주어졌다. 일본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이번 대지진과 같은 돌발사태 때 산업피해 유발도 동시에 경험했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전자와 같은 우리의 주력산업이 핵심 부품이나 그 부품을 만들 소재가 없어 생산에 타격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산학연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선도 신기술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고급 연구인력도 지속적으로 수혈되도록 정책적 지원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또 관련 외국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하거나 선진국 부품ㆍ소재 기업들에 특혜를 줘서라도 적극적으로 국내에 유치해 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와 함께 부품ㆍ소재 관련 원천기술을 가진 국내 기업에 대한 발굴과 과감한 지원도 필요하다.

부품ㆍ소재산업은 제조업 경쟁력의 뿌리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일수록 완제품 생산에서 기술집약도가 높은 핵심 부품ㆍ소재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가치사슬이 그만큼 길고 부가가치도 높기 때문이다.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와 맞물려 완제품 조립은 시장을 따라 해외로 이전하는 추세지만 부품ㆍ소재만큼은 각국이 완강하게 자국 생산을 고수하고 있다. 세계적인 유명 부품ㆍ소재 기업들은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점차 강화하는 추세다. 정책적 수단을 총동원해서라도 ‘부품ㆍ소재전쟁’에서 이겨야 하는 이유다.

지표상으로 소재산업에 관한 한 우리 현실은 처참하다.

하이테크 소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7%로 6%인 중국에도 크게 뒤진다. 효율에 집착한 나머지 기초를 다지지 않고 성장해온 셈이다. 산업구조가 취약하다 보니 구조적인 무역역조는 해결난망의 과제다. 모가지가 묶여버린 가마우지 신세다. 아무리 물고기를 많이 잡아도 이를 채 가는 자는 따로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과 부품ㆍ소재산업 경쟁력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대일 교역에서 한ㆍ일간 경쟁력을 비교해 보면 한국 하이테크 소재는 대일 수입특화 상태이며, 일본에 대한 경쟁열위 격차가 커졌다. 그 결과 대일 무역적자는 지난 2000년 10억달러에서 2009년 41억달러로 4배나 늘었다. 수입의존도 역시 43.5%에서 55.9%로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조문술 산업부 차장/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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