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드릴 게 없습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15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는 남북 비밀접촉 당사자로 지목된 김천식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의 답변 태도를 놓고 여야간 설전이 벌어졌다.
비밀접촉을 누가 먼저 했느냐는 질문에 김 실장이 “그 경과와 내용, 참석자는 공개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김 실장의 이런 답변 태도에 일부 의원들이 발끈했고, 때아닌 ‘영혼 없는 공무원’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김 실장같은 답변은 통일부의 평소 관례에 비춰볼 때 전혀 생소한 게 아니다. 통일부 실국장들이 언론과의 접촉에서 가장 자주 하는 답변이 ‘글쎄요~’, ‘대변인에게 물어보라’는 것이다. 취재기자의 음성을 확인하자마자 수화기를 내려놓는가하면, 회의를 핑계로 이리저리 꽁무니를 빼기도 한다.
최근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도 통일부의 모 간부는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글쎄요’와 ‘모르죠’, ‘허허’와 ‘대변인이 말한대로 합시다’로 일관했다. 이미 현인택 장관이 명확한 입장을 내놓은 사항에 대한 보충설명요구에도 “장관님이 이미 답하신 바 있다”고 에둘러 답변한다.
통일부의 공식 소통창구라 할 수 있는 대변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북한의 남북비밀접촉 폭로 건이 터졌을 때도 통일부 대변인은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말로 일관했다. 재차 질문이 이어지면 “이미 수차례 말씀드린 바와 같이”, “코멘트를 하지 않겠다”는 대답이 이어진다. 통일부 수장인 현인택 장관은 외교안보라인 장관 중 유일하게 트위터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물론 대북 정책을 다루는 통일부는 불필요한 오해와 안보 불안을 줄이기 위해 언행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 남측 정부 발언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북한을 의식해 경거망동하지 않을 의무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남북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도 주무부서인 통일부의 중요한 책무다.
아이러니하게도 통일부는 지난해 국민소통(SNS 부문)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49개 정부기관 중앙부처 최초로 페이스북을 개설했고, 트위터와 미투데이, 유튜브, 블로그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 채널을 활용해 공격적인 홍보를 해왔다. 온라인 창구를 통해 통일에 대한 당위론을 펼치면서도, 정작 당면 현안에는 동어반복과 뒷북발표로 일관하는 통일부가 과연 ‘국민 소통 우수’라는 표현에 걸맞는 기관인지 의문스럽다.
<김윤희 기자 @outofmap> wor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