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 대화채널이 끊어진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오도록 직접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가 중국이고, 여기에 북한 경제의 대중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중국 역할론’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16일 정부 당국자는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중국이 책임있는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중국도 오랜 고민끝에 우리의 3단계 접근법에 대해 동의한 만큼, 북한이 지금처럼 판을 깨는 식으로 나온다고 해도 중국이 남북대화를 건너뛰고 가자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이 과연 북한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의지나 실질적인 영향력이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국실장을 맡고 있는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최근 발간된 ‘아시아의 새로운 냉전’ 보고서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차기 미국 대통령 임기 중 사망할 가능성이 높고, 이것이 내년에 새로 등장할 한ㆍ미ㆍ중의 새 지도자들에게 최대 위기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빅터 차 교수는 이어 “이런 위기를 피하는 열쇠는 3국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지만 핵실험,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응하는 중국의 태도로 미뤄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아산플래넘 행사에 참석한 다른 전문가들도 중국 역할론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폴 데이비스 랜드연구소 박사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대해 “과대 평가된 경향이 있다”면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만 하면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는 이들도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이 설득이나 경제적 지원 중단 등의 위협을 해도 북한이 무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장 역시 “중국이 북한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중국이 그 영향력을 행사할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차기 정권과의 협상을 염두해두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이 핵문제를 제외한 다른 대화부터 시작해 상호 입장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