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에 반값 등록금 등 보편적 복지를 둘러싼 각당의 경쟁이 치열하다. 저마다 원조 복지 정당임을 강조하는 것은 차라리 난센스 퀴즈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무상’이란 아주 듣기 좋은 말 앞에 ‘전면’이란 단어가 들어가면 더 모양이 우습게 된다. 가진 자나 없는 자나 똑같이 무료 급식하고 보육하고 의료행위 해주면 그게 바로 아까운 복지비를 줄줄 새게 만드는 것이다.
복지 확대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불가피한 과제로 등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 중 거의 꼴찌 수준인 우리 복지 현실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하지만 어떻게 효율적으로 국가 재정에 큰 무리 없이 추진하는가는 별개 문제다. 재원과 전달 수단이 적정하게 마련되지 않는 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다. 민주당이 지난 2월 먼저 선수를 치고 나왔다. 소요비용 약 16조4000억원을 재정과 조세개혁을 통해 걷히는 20조원으로 충분히 충당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물론 감세 철회가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계산법은 다르다. 보편적 복지에 16조원 갖고는 어림없고 적어도 34조원 정도 잡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배 이상이다. 설혹 민주당 계산법이 맞는다 해도 예산 절감과 감세 철회 정도로 그만한 돈을 조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소요예산 추정과 조달 방법 모두 주먹구구식 급조 냄새가 나는 것이다. 때문에 복지 재원은 아끼고 아껴 써야 한다. 그런데도 모두에게 무상으로 준다면 그 돈이 정작 필요한 곳에 쓰일 수가 없다.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뜻은 한마디로 복지비를 여유 있는 부자에게는 아끼자는 것이다.
한나라당 전 대표인 박근혜 씨가 지난 2008년 복지의 깔때기론을 주장한 것도 복지비가 일선 시ㆍ군ㆍ구, 동ㆍ면 등에 내려가 꽉 막힌 수도꼭지처럼 잘 전달되지 않는 현실을 비판해서다. 복지 담당 공무원 1인이 2180명의 수혜자를 관리하고 있다면 그 정황은 보지 않고도 알 만하다. 이 때문에 중복 사기꾼 수혜자가 나오고 정작 필요한 사람은 소외된 일이 흔했다. 또 담당 여직원이 26억원이나 횡령해도 까맣게 모르고 넘어갔다. 연간 18만명의 가짜 수급자가 3300억원이나 타간다면 우리 복지정책의 중점이 마구잡이 확대보다 전달체계 개선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무조건 ‘전면 무상’, 반값 등록금으로 복지비 확대만 외치는 정치꾼에 분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