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50은 첨단산업 집합체
범정부 국별 맞춤전략 시급
R&D 및 금융 지원하면
세계시장 30% 점유 가능
2009년 말 아랍에미리트(UAE)에서 400억달러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에 성공한 범정부 차원의 공조체제가 얼마 전 국산 초음속고등훈련기(T-50)의 인도네시아 수출에서 또 한 번 개가를 올렸다. 지난달 세계 여섯 번째로 초음속항공기 수출계약(16대, 4억달러 상당)에 성공, 세계를 놀라게 했다.
T-50 성능을 검증받은 한국항공우주(KAI)가 오는 30일 국내 증시 상장을 계기로 제2 도약을 준비 중이다. 김홍경 사장은 “이스라엘 폴란드 이라크 UAE 미국 등을 효율적으로 공략, T-50 르네상스 시대를 열 계획”이라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전문기관들은 오는 2030년까지 고등훈련기 시장 규모가 3500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이 가운데 30%인 1000대만 KAI가 공급해도 항공산업 및 국가 이미지 제고는 반도체, 핸드폰, 자동차 수준을 웃돌 듯하다.
T-50이 세계 하늘을 누비게 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의 인식변화가 필수적이다. 특히 정부는 군 항공기 수요자로서 개발ㆍ양산비 부담을 외면해선 안 된다. 세계무역기구(WTO)도 원자력, 우주, 항공기 분야의 정부 지원을 용인하고 있다. 항공산업은 기계, 전자, 소재 등 20여만개 부품이 들어가는 종합시스템ㆍ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부품 수는 자동차의 10배인 데다 ㎏당 부가가치는 아반테 승용차가 1만원이지만 T-50은 무려 435만원에 이른다. 전후방 기술파급 및 고용창출 효과까지 감안하면 정부 지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T-50은 말 그대로 ‘훈련기’이지만 수출대상국들은 대부분 전자지도, 레이더 경보수신기, 미사일 교란발사기, 비행운용프로그램 장착 등 다양한 훈련시스템 및 경공격 사양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수주 경쟁에서 이탈리아(M-346)에 패한 것도 모의탑재훈련시스템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사양을 추가 개발하도록 해야 하고, 당연히 이에 필요한 R&D 자금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핵심 원천기술 확보, 원가절감 등을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
금융지원도 절실하다. 미국만 해도 지난 2003년 폴란드의 F-16 구입 때 재무부가 직접 장기저리 자금을 지원했지만 우리는 항공기 제작 및 수출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이 전무하다. 차선책으로 수출입은행의 연불금융을 끌어다 쓰지만 금리와 규모 면에서 경쟁국인 이탈리아 영국에 미치지 못한다. 이럴수록 항공기 수출 처녀국인 한국은 파격적인 파이낸싱으로 맞서야 한다. 정부가 정책금융공사 무역금융공사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에 저리 자금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T-50을 구매하는 국가에 빌려주는 우회지원 방안이 대안이다.
선수금환급보증(RG) 개선도 불가피하다. 무역보험공사는 현재 총계약금액의 30%만 부보하나 고등훈련기 16대를 구매할 폴란드는 계약금액의 100% 보증도 모자라 외국계 은행의 재보증까지 요구하는 판이다. 이 같은 보증비용 부담을 줄이려면 정책금융공사 등이 100% 부보 방안을 강구하도록 해야 한다. 국내 방산획득사업, 일반교역 및 해외투자사업 등과 연계한 절충교역, 수출기술료(순조달가격의 2%)와 감항인증수수료 등도 경쟁력 약화의 한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T-50 수출시장은 밝다. 하지만 기능이 좋으니 비싼 가격에 사라는 마케팅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전략물자는 국가 간 신뢰 구축이 협상을 좌우한다. 민ㆍ관ㆍ군 협력체제를 풀가동한다. 철저한 국별 맞춤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수출금융, 산업협력 등과 함께 조종사 양성 노하우까지 수출하는 체계적인 마케팅이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