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4시쯤 인천 강화군 교동도에서 해병대 경계병들이 남쪽 주문도 상공을 비행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를 향해 K-2 소총으로 10분간 99발이나 경계사격을 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사정거리 밖이라 민항기 피해가 없어 천만다행이나 미사일이나 대공포 사격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참으로 아찔하다. 군 당국 변명대로 미식별 의심 비행물체라면 인근 정밀관측 조직과 공조, 신속 대응할 수는 없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민항기 오인 사격은 작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만행 때 우리 군의 대응체제와 상반된다. 그때야말로 효율적 응징이 아쉬웠다. 당연히 했어야 할 때엔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때 성급히 움직인 일, 보다 깊은 성찰과 빈틈없는 매뉴얼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 교동도 접경지역은 수많은 국내외 민간 항공기들이 승객들을 태우고 오가는 항로로 이날 아시아나항공도 궤도이탈은 없었다고 한다. 비단 국내에 그치지 않고 외국에 민감한 반응과 영향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외국 언론들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연임 기사보다 더 비중 있게 다룬 게 방증이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혼선은 비단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과 국가원로들이 이구동성으로 “온 나라가 썪었다”고 한탄하는 판에도 국무위원들은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발의한 공직자 부패 척결을 위한 이른바 ‘김영란 법’에 대해 논의조차 외면했다. 북한인권법안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기록 공개, 부산저축은행 금융비리에 대한 철저한 수사,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 허용, 검ㆍ경의 수사권 조정 문제 등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산적하다. 전관예우 척결도 말로만 요란한 느낌이어서 벌써부터 실망스럽다.
신임 유영숙 환경부 장관의 대전시장과의 최근 저녁회식 불발 해프닝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의 확연한 경계를 보여준다. 유 장관이 저녁 자리에 현 시장의 선거 라이벌이었던 배우자(남편)와 그의 선거참모를 동석시키려다 회식이 취소되고 말았다. 누구나 그렇지만 공직자들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려 해야 국민 신뢰를 얻고 공정사회를 이룰 수 있다. 대통령 선거는 아직 1년6개월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기승을 부리는 레임덕 속에 정치 행정의 혼란이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