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오는 27일 청와대에서 조찬 회담을 갖기로 청와대와 민주당이 21일 전격 합의했다. 회담 의제는 대학 등록금, 일자리 창출, 가계 부채, 저축은행 사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경정예산 등 6개로 결정됐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회담은 지난 2008년 9월 이후 2년9개월 만으로 꽉 막힌 정국에 훈풍을 몰고올지 주목을 끈다.
회담 의제가 워낙 민감해 실무접촉 과정에서 진통이 있겠지만 일단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머리를 맞대는 의미가 작지 않다. 그동안 상대방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는 상호불신과 소통부재를 감안할 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지난 2월에도 회담 얘기를 꺼냈다가 서로 “진의가 의심스럽다”며 불발된 점에 비추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번 회담이 과거처럼 아침 먹고 사진 찍는 정치쇼에 그친다면 이 대통령과 손 대표 모두 회복하기 어려운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양보와 타협으로 이해의 폭을 좁혀 조금이라도 국민 고통을 덜 실질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총체적 위기 국면 아닌가. 서로 진정성을 갖고 접촉한다면 전혀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민생 현안 합의 목표”라는 양측 각오가 헛구호에 그치지 않기를 기대한다.
후반기 국정장악력을 회복하고 역사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으려면 이 대통령부터 통 큰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학 등록금 같은 중차대한 문제를 길거리 정치에 내맡기는 것은 국정 포기나 다름없다. 정부 지원과 획기적인 대학 구조조정을 병행한다면 성난 민심도 되돌아올 것이다. 임기 말 레임덕 현상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판에 대통령이 야당을 끌어안지 못하면 향후 국정운영은 보나 마나다.
손 대표 또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수권 능력을 발휘하려면 먼저 그에 상응한 ‘변화와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포퓰리즘 정략적 공세로는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벽’을 넘기 어렵다. 국민 전체의 표심보다 일부 촛불세력에 연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국회 비준동의가 시급한 한ㆍ미 FTA 재재협상 요구 카드를 접고 다른 의제에서 대통령 양보를 받아내는 국익 우선의 대승적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