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들어 재벌들의 문어발 경영이 지나치다. 30대 그룹 계열사 수가 2006년 500개에서 금년 1087개로 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 5년 동안 사흘에 한 개꼴로 계열사를 늘린 것이다. 신규 사업 내용도 와인, 골프용품, 피자ㆍ떡볶이ㆍ꼬치구이 체인점, 커피 전문점, 베이커리 등 총수 개인의 취미나 기호에 치중됐다. 더구나 타당성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아 절반이 적자에 허덕인다고 하니 앞뒤 따지지 않는 마구잡이 사업확장이 참으로 실망스럽다.
재벌들의 신사업 진출은 성장동력 확충이나 주력사업 경쟁력 강화 등에 초점이 맞춰져야 옳다. 미래 먹을거리를 발굴, 이에 필요한 연구ㆍ개발(R&D)과 신규 투자를 하지 않으면 지속 경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의 출자총액제한 폐지, 고환율 및 각종 규제완화 조처를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와 부의 편법 대물림을 위한 배려로 착각해선 안 된다. 고용과 투자 확대 등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책임이 무겁다.
이런 판에 엊그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감세 요구는 사회 통합, 양극화 완화, 동반성장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정치권의 포퓰리즘만 비판할 게 아니라 재계의 인색한 사회공헌과 나눔문화를 반성했어야 했다. 국민들은 지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총수들의 인식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무차별적인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중소기업 영역 침범, 협력 중소기업의 기술 및 인력 빼가기와 단가 후려치기, 세금 탈루, 비자금 조성, 재산 해외도피, 공정위 조사 방해 등 갖가지 구태 경영을 개선하려면 무엇보다 총수 문화가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첫 단추는 사회적 기업 육성에서 찾을 수 있다. SK가 엊그제 법무부와 협약, ‘행복한뉴라이프재단’을 통해 출소자 자립을 위해 커피전문점, 클리닝센터 등을 세우기로 한 것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30여명의 출소자를 채용, 연간 10억원 이상 수익을 올린다고 하니 범죄 예방, 일자리 창출, 창업 지원의 1석3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재벌들이 다문화가정, 청년실업자, 장애인 등 사회 소외계층 지원에 적극 나선다면 반(反)기업정서 해소와 성장잠재력 확충의 동시 추구가 가능할 것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경영철학인 “사회구성원 모두의 행복 추구”는 먼 데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