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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 너마저~" 재계- 국회 정면충돌
국회와 재계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재계가 여야의 법인세 감면 철회방침과 반값등록금 정책에 반발하는 데 대해 정치권은 재계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재계와 정치권이 특정 사안을 두고 갈등을 빚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여당과의 대립각이 확실하게 설정된데다 사회저변에 깔려 있는 반기업정서에 여당이 가세하면서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갈등은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발언으로 촉발됐다. 허 회장은 “정부의 정책을 보면 포퓰리즘 냄새가 짙다”며 정부와 여당에 대립각을 세웠다. 재계가 한나라당까지 가세한 포퓰리즘적 정책을 견제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반값등록금에 대해 허 회장은 “즉흥적 아니냐. 성명을 낼 수도 있다”고 했다.

정치권은 즉각 반박했다. 여야는 그동안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에 불만이 많았다. 재계의 공격이 오히려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투자부진 등의 문제를 공론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 측면이 강하다.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23일 “대기업이 잘되면 그 과실을 중소기업과 서민에게 나눠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잔뜩 쌓아 놓기만 했지 나누려 하지 않았다”며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서민의 고통을 고민하지 않고 자기 기업과 가족만 고민하는 이기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당 대표가 된다면 대기업 위주의 정책기조를 확 바꿀 것”이라고도 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도 “기업의 투자를 위해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유지하니까, 일자리 창출은 외면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한 뒤 “법인세를 깎지 말자는 정치권의 방침에 타당성이 있지 않나”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쇄신파 모임인 민본 21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재계의 반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후려치고 중소기업의 인력과 기술을 탈취하고 있다”며 “대기업이 성장하고 있는데도 대기업 및 부유층 소득 증대가 많은 투자로 이어진다는 낙수효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재계를 향한 정치권의 공격 배경에는 내년 총선과 대선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친 대기업, 친 시장 중심의 MB노믹스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치권은 판을 더 키우는 분위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사갈등과 관련해 29일 청문회 개최를 의결한 데 이어 이날 민주당 등 야4당 원내대표들은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국회 출석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국회 지식경제위는 29일 예정된 중소기업 고유업종 MRO 대중소기업 상생 토론회에 전경련 회장을 부르기로 했다. 친이 직계 한 의원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아야 한다”며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를 부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손경식 대한ㆍ서울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감세는 세계적인 추세로, 투자를 촉진하고 자본의 해외유출을 방지한다”며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도 감세기조를 견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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