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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바람직한 기업결합 시정조치 기준
투명성ㆍ실효성 등 제고

국제기준에 맞게 보완

당사자 참여기회 늘리고

이행 조치 감독강화 필요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2일 ‘기업결합 시정조치 부과기준’을 제정, 고시했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사용하던 시정조치 부과 지침은 공개된 것도 아니고, 내용도 불충분한 점이 있었다. 이제 지침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 고시함으로써 절차의 투명성이 높아졌다. 내용도 국제 기준에 맞게 보완돼 시정조치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이유는 경쟁제한적인 기업결합을 선별, 그것에 적절한 시정조치를 취함으로써 시장의 경쟁구조를 유지하고 기업의 창의와 소비자 후생을 증진하는 것이다. 이 고시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시정조치 부과에 필요한 일반원칙, 부과기준, 조치유형 및 이행 감독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다.

시정조치에는 구조적 조치와 행태적 조치가 있다. 전자는 기업결합 전체를 금지하는 조치, 자산분할·매각 조치, 지적재산권 조치 등 결합당사자의 자산이나 소유구조를 변경시키는 조치를 말한다. 후자는 일정 기간 결합 당시 회사의 영업조건, 영업방식, 영업범위 또는 내부 경영활동 등을 일정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새로 제정된 고시는 앞으로 경쟁제한적인 기업결합에 대한 구조적 조치가 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쟁제한의 정도가 심하면 구조적 조치를 추구하고, 좀 덜하면 행태적 조치를 부과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구조적 조치보다 행태적 조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연합(EU)에서는 구조적 조치가 우선 강구되고, 행태적 조치는 구조적 조치와 병행, 보완적으로 사용되거나 구조적 조치가 불가능한 경우 취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제경쟁네트워크(ICN)의 관련 조사보고서는 많은 나라가 기업결합 시정조치로서 적어도 수평적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구조적 조치가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행태적 조치가 고려될 수 있는 범주를 기업분할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 신속한 기술변화 등으로 경쟁제한적 폐해가 일정 기간에 한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그리고 일부 수직결합의 예와 같이 기업결합에 따른 이익이 상당하고 이러한 이익을 보호하는 데에 행태적 조치가 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번에 새로 제정된 ‘시정조치 부과기준’에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부분은 없는가. 우선 기업결합 당사자의 의견제시 절차와 이해관계자의 청문절차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기업결합의 위법성 또는 경쟁제한성과 관련하여 의견을 개진할 기회는 보장되지만, 시정조치의 내용에 관하여 당사자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동의명령제 또는 조건부승인제도 등이 도입돼 있어 제도적으로 당사자가 의견을 제시하고 시정방안을 마련하는 데 참여할 기회가 열려 있다. 우리도 우리 실정에 맞게 경쟁당국이 당사자 협의하에 시정방안을 마련하는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

다음으로 시정조치의 이행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는 시정조치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이행내역을 보고받거나 자료열람, 현장조사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분할ㆍ매각 조치를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관리인이 필요하고, 복잡한 행태적 조치의 이행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감독하는 별도 시스템이 필요하다. 최근 미국 법무부 독점금지국 내에 법무실을 신설한 것도 동의명령의 이행감독을 주 목적으로 한 것이다. 우리도 시정조치의 부과와 함께 이행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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