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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계 “票에 홀려 여당 집단이성 망각”
“협잡꾼 몰아 무리한 공세

결국 정치권 부메랑될 것”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가 수그러들기는커녕 한층 파상공세 성격을 띠면서 재계의 불만도 폭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그렇다고 해도 보수당인 한나라당까지 앞장서 대기업 비판에 나서자 재계 일각에선 그동안 웅크리던 수세 입장을 벗어나 직선적 공격도 서슴지 않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애초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감세마저 철회할 움직임을 보이는 데 이어 이제는 ‘재벌 개혁’이라는 단어까지 스스럼없이 내뱉자 “섬뜩하다”는 반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 마디로 ‘표에 홀려 (한나라당이) 집단이성을 망각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나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감세 철회와 오너 재산 증여 규제 등 일련의 수순에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며 “이명박정부의 최대 우군이었던 기업을 표 때문에 적군으로 만들려는 일부 세력이 있다”고 꼬집었다.

전형적인 마녀사냥식 목조르기를 그만둬야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중견기업의 한 CEO는 “정치권이 겉으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임무’라고 말하면서도 재계를 싸잡아 ‘협잡꾼’으로 몰고 있다”며 “표(票)퓰리즘 목적의 기업에 대한 무리한 공세는 결국 정치권에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일갈했다.

다른 CEO는 “이게 다 선거 때문”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선거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대기업 공세가 조금은 사라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재계 단체들도 한나라당이 국회 청문회에 대기업 회장들을 대거 소환하거나 대ㆍ중소기업 동반 성장 공청회에 재계 단체 수장들을 세우려는 흐름 앞에선 정치권의 오만함이 엿보인다고 불만스러운 모습이다.

재계 단체 관계자는 “단체장이 참석하면 국회의원이 무조건 호통부터 치며 망신줄 것이 뻔한데 굳이 참석할 이유가 없다”며 “실무자가 가면 될 것을, 단체장을 굳이 오라고 고집하는 것엔 뭔가 의혹의 시선이 가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재계 단체 임원은 “정치권도 크게 보면 기업이나 국민이 세금을 꼬박꼬박 내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 아니냐”며 “누구 덕분에 정치를 하는데, 왜 존중은 없고 ‘호통의 대상’으로만 삼으려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격앙된 표정과는 별개로, 이참에 재계의 자정 노력도 곁들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이나 국민의 입장에서 기업에 바라는 바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에 이런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는 게 아니냐는 반성이다.

대기업 계열사의 MRO 규제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과 관련해서는 기업들이 스스로 개선 노력을 해야 정치권에 책을 잡히는 구태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임원은 “정치권의 압박을 재계가 자초한 측면이 있지 않았나 반성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과거의 관행을 뿌리 뽑고 새로운 ‘클린 컴퍼니’로 향하는 것이 재계의 숙제”라고 말했다.

김영상 기자/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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