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7일 청와대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저축은행 부실사태 해소 등 ‘6대 민생 의제’에 대해 논의했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만남은 2년9개월 만이지만 국민들의 기대는 크지 않은 분위기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막중한 영향력에 비해 실제 나올 게 별로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 정국은 갈등과 대립, 부패와 무질서가 횡행하고 있다. 대통령은 너무 일찍 찾아온 레임덕 현상에 버럭 화만 내고 있고, 관료들은 이리저리 주판 튕기며 실리 챙기기에 바쁘다. 한나라당은 패배주의와 자중지란에 빠진 사분오열 계파싸움이 한창이다. 서민 푼돈을 가로챈 저축은행 간부들과 정부 감독기관들을 제대로 수사하지도 못한 사법기관들은 밥그릇 싸움에 열을 올리는 판이다. 서민들은 노무현 정부 때보다 심한 고통지수에 허덕이는데도 대책 마련은커녕 인기주의나 임시변통에 급급한 정책혼선만 난무한다.
민주당 등 야당들은 더 심하다. 전후좌우 따지지 않고 민생을 표방한 인기전술에 총동원령을 내린 모습이 참으로 딱하다. 국민 부담과 나라살림이야 어찌 되건 우선 표 모으기 사탕정책들을 매일같이 쏟아내는 야당의 구태는 이미 제동장치가 고장난 지 오래다. 대학등록금 인하, 일자리 대책,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계부채 해결,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등은 결코 청계광장에서 촛불만 들어서는 해결될 사안이 아닌 것이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통렬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민생 회담’에 안주하지 말고 심각한 국가 위기를 정면 직시하고 첩첩한 난제들을 함께 풀어나가려는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한술에 배부를 수가 없다면 문제 해결을 위해 자꾸 만나야 할 것이다. 큰 틀의 양보와 타협만이 상생의 지름길이다.
서민을 울린 저축은행 사태는 어떤 경우라도 호도되거나 은폐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수사가 기본이다. 한ㆍ미 FTA 비준 등 주요 국책과제들은 당리당략보다 대승적 국익을 우선시키면 해법이 저절로 나올 것이다. 등록금 문제는 더 이상 유치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인기 경쟁에서 벗어나 대학교육의 구조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여야 정치권은 이런 국민 기대를 무겁게 받아들여 큰 정치를 보여주기 바란다. 우선 자꾸 만나 하나씩이라도 풀어가야 한다.